건강검진, 어떤 검사는 필요하고, 어떤 검사는 필요 없을까?

최근 국립암센터와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에서 공개한 보건의료포럼의 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포럼에서는 건강검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와 건강검진 항목에 대한 권고사항이 발표되었는데, 이로써 우리나라의 건강검진 문화와 개인의 의료 선택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되고 있다.

물론,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주기적인 건강검진은 필수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과잉 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암센터와 의학한림원은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통해 어떤 검진이 필요하고 어떤 검진이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건강검진 중 CT 검사를 받는 여성의 이미지
건강검진 항목 중 여러 검사를 많이 받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 건강검진 검사로 권고되지 않는 항목

국립암센터는 건강검진을 받은 전국 성인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건강검진으로 권고되지 않는 검사를 경험한 사람이 약 25% 정도 된다고 밝혔다. 

현재 건강검진 목적 검사로 권고되지 않는 항목에는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CT), 종양표지자 검사(Tumor maker), 전신 MRI·CT, 암 유전자 검사(cancer gene), 뇌 MRI·MRA 등이 있는데 이중에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CT)는 28.7%, 암 유전자 검사는 13,2%가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CT) 또는 암 유전자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50% 이상이 건강검진센터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거나 건강검진 센터의 권유로 검사를 받았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응답자 중에서는 무려 80%가 현재 건강검진 목적 검사로 권고되지 않는 검사를 받을 기회가 있으면 받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더 많은 항목의 건강검진을 받으면 건강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과잉 건강검진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건강검진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건강검진을 받다가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 


●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

이러한 이유로 최근 의료 포럼에서 국립암센터와 의학한림원은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통해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와 일반 검진 5가지, 총 10가지를 발표했다.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 항목

①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② 폐암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암 건강검진 목적의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③ 췌장암 건강검진 목적에 종양표지자, 초음파 또는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④ 암 건강검진 목적의 PET-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⑤ 기대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 항목


①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암 건강검진 효과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검진으로 사망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인데 무증상 성인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해서 갑상선암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혀졌다. 따라서 무증상 성인이 암 검진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② 폐암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암 건강검진 목적의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30년 동안 흡연한 사람, 즉 폐암 고위험군에게 유용한 검사라는 말이다. 참고로 폐암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검사가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조직검사 결과, 폐암이 아닌 비율은 42.5%로, 이중 약 12%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출혈 등 합병증을 얻게 되어 1.5%가 6개월 이내 사망했다는 의학지 보고와 미국 의사협회지의 연구결과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듯싶다.


③ 췌장암 건강검진 목적에 종양표지자, 초음파 또는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증상인 사람이 굳이 췌장암 검사를 받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비용대비 비효율적이며 잠재적인 위험이 이득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CT 검사를 받은 사람의 10%에서 급성췌장염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또한 국내 췌장암 진료 지침에도 췌장암 검사는 건강한 성인의 검진 목적으로는 부적합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④ 암 건강검진 목적의 PET-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건강한 사람이 PET-CT 검사로 암을 발견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 핵의학회는 그 확률을 1% 미만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PET-CT 검사로 인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오히려 암이 발생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PET-CT 검사를 하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
PET-CT 촬영 시 방사능 피폭의 우려가 있다 (이미지 출처- cfch)


⑤ 기대여명(기대할 수 있는 남은 수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암 건강검진은 암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감안해야 하는데 참고로 암의 경우 사망 감소라는 이득이 발생하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기대여명이 이보다 더 적은 경우에는 암 건강검진을 받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권고하지 않는 일반검진 5가지 항목

①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인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②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 D 수치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③ 건강검진 목적의 뇌 MRI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④ 치매 증상이 없는 노인의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⑤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건강검진 목적의 관상동맥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권고하지 않는 일반검진 5가지 항목


①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인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병원에 가서 전문의와 상담을 하고 건강검진을 받기보다는 그냥 혼자 임의로 예약하고 결정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 이유는 전문의와 상의 후 검진항목을 선택해야만 과잉 검진 및 중복 검진을 피할 수 있고, 검사를 받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도 사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주거지 주변의 병원 의사 중 특히 건강의학과 의사를 자신의 주치의로 선택해 자신의 병력을 바탕으로 검사 항목을 결정하고, 건강검진 결과도 공유해 의학적인 판단을 구하라는 말이다. 


②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 D 수치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 D 수치 검사가 증가하면서 그 결과, 대부분 비타민 D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타민 D 열풍이 불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보충제 복용이 골절 등 질병 예방에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밝혀졌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람이 건강검진 목적으로 비타민 D 검사를 받고 투여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③ 건강검진 목적의 뇌 MRI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증상이 없는 성인이 단순 건강검진 목적으로 뇌 MRI 검사를 받으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발표한 것으로, 만약 뇌 MRI 검사 결과, 우연히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하더라도 임상적 의미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감을 높일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또 다른 검사를 진행해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두통, 어지러움, 감각 이상 등 뇌종양 또는 뇌혈관 질환이 의심되는 신경계 증상이 있을 경우 건강검진이 아닌, 주치의와 상담과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④ 치매 증상이 없는 노인의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치매의 경우 안타깝게도 지연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예방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건강검진에 대한 효과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즉, 무증상 노인이 주기적으로 치매 건강검진을 받기보다는 증상을 빨리 발견해서 진단과 동시에 치료 및 돌봄, 지원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⑤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건강검진 목적의 관상동맥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관상동맥 CT 혈관조영검사는 심혈관 고위험군의 심장 동맥 협착을 진단하는데 정확도가 꽤 높은 편이지만 저위험군에서 발견되는 경도의 심장 동맥 협착의 경우 임상적인 의미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방사선으로 인한 피폭이 우려되기 때문에 무증상 성인이 건강검진 목적으로 관상동맥 CT 검사를 받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치며

이러한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통해 우리는 건강검진 시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검진은 개인의 가족력, 병력, 연령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과잉 검진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 또는 주치의의 조언을 듣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건강은 단순히 의학적인 검사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휴식 등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건강을 위해 노력이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에 있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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