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는 스트레스, 바쁜 일상, 디지털 기기의 남용 등으로 불면증과 수면장애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면을 개선하고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멜라토닌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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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멜라토닌
수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물질은 ‘멜라토닌'(Melatonin)이다. 나이가 들면서 안타깝게도 수면시간이 점점 짧아지는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멜라토닌의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시신경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조절하는데, 어두워지면 분비되기 시작해 새벽 2~4시경 분비량이 최고조에 이르며 아침이 되어 시신경이 빛을 인지하면서 분비가 억제된다.
참고로 인간의 생애주기 중 태어나서 3살까지는 멜라토닌의 농도가 매우 높다가 10년마다 약 15% 정도씩 감소하게 된다. 즉,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새벽잠이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자면서 이루어지는 치유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잠을 자는 동안에 신체의 전반적인 치유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실제로도 우리가 잠을 푹 자고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체중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 뇌는 몸으로 들어오는 전체 산소의 20% 이상을 사용하는 대사활동이 굉장히 활발한 기관으로, 그에 따른 활성산소 등의 노폐물이 많이 생성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렇게 생성된 노폐물이 배출되어야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노폐물 배출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뇌척수액과 멜라토닌이다. 뇌가 수면상태에 들어가면 뇌를 둘러싼 뇌척수액이 빠져나오면서 뇌신경세포 사이를 지나며 낮 동안 쌓인 활성산소와 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등의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이를 ‘글림프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고 한다.
즉, 잠을 잘 자야만 뇌에 쌓인 노폐물이 배출된다는 말이다. 만약 잠을 이루지 못해 베타아밀로이드 등의 노폐물이 뇌에 지속적으로 쌓이는 경우 뉴런과 신경계 전체에 손상을 주게 되고 결국 뉴런이 죽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뇌는 학습과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터 수축하기 시작해 기억상실, 의사결정 장애, 언어장애 등의 문제를 겪게 된다.
쥐를 모델로 한 실험에서 고농도 멜라토닌을 투여한 군에서는 림프관내 베타아밀로이드 배출량이 300% 이상 증가한 반면, 그렇지 않은 군은 베타아밀로이드가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멜라토닌 섭취가 뇌에 남아 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배출시킨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즉, 잠을 제대로 자야 우리 몸에서, 특히 뇌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는 밤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들
필자도 마찬가지지만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습관이 있어 문제다.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거나 TV, 모니터, 형광등 등의 인공조명, 즉 블루라이트(blue light)에 노출되는 경우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되어 신체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
2021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멜라토닌 분비를 확인한 결과, 저녁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날보다 멜라토닌 분비 시작이 30분 지연되었으며 총 멜라토닌 분비량이 38.7%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숙면을 위한 생활습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당장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수면제를 처방받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하지만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데, 그 이유는 약효가 점점 떨어지는 내성에 대한 문제도 있고, 또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어떻게 보면 방법은 간단하다. 낮 동안 생활하면서 햇볕에 노출시켜 비타민 D를 합성해 멜라토닌 분비량을 증가시키고, 저녁시간에는 주변의 조명을 떨어뜨려 잠자리에 들 준비와 동시에 자기 전 스마트폰 시청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 간단하지만은 않다. 과연 일하면서 낮 시간에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밖으로 나가 햇볕을 20분 이상 쬘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귀가하고 저녁에 집에서 주변 조명을 어둡게 하거나 자기 전 스마트폰이나 TV 시청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있기나 할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전혀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먹고 살기 바빠 일하는 중에 낮에 한가롭게 밖에 나가 햇볕을 쬘 수도 없거니와 집에 돌아오면 집안의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컴퓨터 또는 TV 리모콘을 손에 들기 일쑤다. 즉, 안타깝게도 우리들 삶의 패턴과 환경이 이렇게 굳어져 불면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잠을 못 자는 경우 당연하게도 몸에 굉장히 치명적인데, 불면증 환자의 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을 보면 정상인의 8.1배 정도로 굉장히 높다.
● 멜라토닌은 멜라토닌으로 해결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멜라토닌을 섭취하면 된다. 그동안 멜라토닌은 전문의약품으로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이 가능해 해외 직구도 불법이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더불어 비타민 D를 함께 섭취해 준다면 더욱 좋다.
필자는 이러한 멜라토닌 덕을 해외여행 시 톡톡히 보았다. 해외여행 또는 출장 중 시차 때문에 밤낮이 바뀌어 생체리듬이 깨져 고생한 적이 있는데 말이다. 특히 일 때문에 밤과 낮이 자주 바뀌는 사람들이나 멜라토닌이 부족한 노인들에게 멜라토닌 섭취는 매우 유용할 듯싶다.
하버드 의과대학과 브리검 여성병원의 공동연구에서 노인들에게 멜라토닌을 섭취시킨 결과, 비 렘수면 및 총 수면 시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수면의 양과 질이 모두 증가한 것이다. 잠을 잘 자야 멜라토닌이 나오는데, 멜라토닌을 섭취한 덕에 잠을 잘 자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잠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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