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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 초반 애플에서 출시한 파워북 G3/400 피스모(PowerBook G3 400 Pismo)는 출시 가격이 무려 한화로 3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랩톱이었습니다.
당시 파워북 G3는 애플 사용자들에게 ‘아르마니'(ARMANI) 파워북이라고 불리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애플 파워북 디자인을 아르마니가 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습니다.
아르마니 파워북이라고 불리는 애플 파워북 G3는 피스모가 처음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마지막 G3 파워북인 피스모의 디자인이 아르마니 파워북 시리즈 중 완성도가 가장 높습니다.
이것은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 아닌,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아르마니 파워북의 시작은 파워북 G3 233 월스트리트(Wallstreet)로 시작되었고, 그 다음 세대가 파워북 G3 333 롬바드(Lombard), 그리고 마지막 세대가 파워북 G3/400 피스모(Pismo)입니다.
필자는 운 좋게도 아르마니 시리즈 파워북을 모두 사용해 보았습니다. 물론, 모두 중고로 구입해서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아르마니 파워북 3형제를 한 곳에 모아서 보면 롬바드와 피스모는 디자인이 거의 흡사해 잘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초기형인 월스트리트와는 한눈에 구분이 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파워북의 두께와 색상 때문입니다. 일단 아르마니 파워북의 큰 형님 벌 되는 월스트리트는 두께가 나머지 두 파워북보다 좀더 두껍습니다. 그리고 색상은 일반적인 블랙 색상으로 구분이 쉽게 되는데, 둘째와 셋째인 롬바드와 피스모는 거의 흡사해 얼핏 봐서는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롬바드와 피스모 둘 모두 같은 블랙 색상이긴 하지만, 조명을 받으면 은은한 브론즈 빛이 감도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평범한 블랙이지만, 조명이나 빛을 받으면 오묘한 빛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애플이 도료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상판을 열어 키보드를 보면 월스트리트와 롬바드, 피스모와는 디자인이 확연하게 구분됩니다. 월스트리트는 역시 일반적인 블랙 색상의 키보드를 갖고 있지만, 나머지 둘은 ‘브론즈 키보드'(Bronze KB)로 은은한 브론즈 색상에 반투명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파워북 롬바드와 피스모는 월스트리트와 디자인 면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파워북 G3 롬바드와 피스모는 매우 흡사한 외관을 갖고 있어 솔직히 상판을 덮어놓은 상태로 구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하판의 사양이 적혀있는 라벨이나 뒤쪽의 파이어와이어(Firewire) 포트를 보면 금방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상판을 닫아놓은 상태로는 거의 구분이 안 됩니다. 참고로 파워북 G3 롬바드는 파이어와이어 포트가 없습니다.
그러나 상판을 열어보면 바로 구분이 가능한데, 키보드로 구분이 가능하냐고요?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둘 다 구분이 힘든 브론즈 키보드이니 말입니다.
정확한 구분 방법은 둘의 상판을 열어 디스플레이 하단 중앙의 ‘power Book’ 로고를 확인하면 됩니다. 월스트리트와 롬바드는 디스플레이 하단 중앙에 ‘PowerBook G3’라는 로고가 인쇄되어 있는 반면, 피스모는 그냥 ‘PowerBook’이라고 만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롬바드와 피스모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그냥 뒤집어 하판을 보거나 후면의 Firewire 포트를 확인해도 되지만 말입니다.
아직도 필자는 파워북 G3/400 피스모와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파워북이기 때문이었고, 2000년도 초반 피스모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가격이 너무 고가라 구입할 엄두조차 못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바로 1년 후(2001년)에 출시한 티타늄 파워북 G4/400(PowerBook G4/400/Titanium)도 좋았지만 필자가 정말 갖고 싶었던 파워북은 피스모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05년이 되었습니다. 2005년이면 애플이 인텔과 손을 잡고 인텔 맥을 출시할 계획을 세울 즈음이 되겠군요.
그때까지도 필자의 파워북 피스모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습니다. 파워북 월스트리트와 롬바드는 당시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었지만, 피스모만 손에 넣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가뜩이나 피스모는 국내 사용자가 거의 없어 중고매물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2005년 여름, 이베이(ebay)에서 맥 부품 검색하던 중 피스모 신품 제고가 경매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 필자는 매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피스모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피스모는 인기 품목이었기 때문에 입찰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당시 필자는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조차 피스모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에는 피스모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때 필자의 나이는 갓 서른을 넘긴 젊은 나이였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베이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경매 마지막 날인 일요일, 여자 친구에게는 몸살이 났다는 핑계를 대고, 필자는 방구석에 콕 틀어박혀 열심히 이베이 화면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여자 친구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경매 마감 시간이 약 5분정도 남았을 때, 필자의 심장은 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경매 마감시간 3분 전, 마감시간 2분 전…. 1분 전…. 정말 재미있는 것은 경매 마감시간 2분 전에 비딩(Bidding)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차분하게 기다렸다가 정확히 10초 전에 마지막 비딩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베이 입찰 화면이 버벅거리면서 아무것도 클릭이 되지 않다가 결국 멈춰버렸습니다.
몇 초간 멈춰있던 입찰 화면이 풀리면서 피스모는 솔드아웃(sold out)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때를 지금 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털썩 내려앉더군요.
그런데 누가 낙찰을 받았는지 확인은 해야 했기에, 침착하게 입찰 내역과 낙찰 내역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입찰 내역은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낙찰 내역이 보이지 않아, 그만 포기하고 답답한 마음을 뒤로한 채, 잠을 청한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날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이베이에서 메일이 하나와 있더군요. 그래서 필자는 그 메일을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메일을 열자마자 필자는 그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에 합격한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과거에 필자가 미술대학에 붙었을 때 기분은 그냥 담담했습니다. 그런데 피스모를 경매 경쟁에서 이겨 낙찰에 성공했을 때는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튀어나왔으니 말입니다.
그때 정확히 필자를 포함하여 28명이 피스모 입찰 경쟁에 참여했습니다. 경쟁률은 28:1이었고요. 당시 낙찰 받은 가격은 $720이었습니다. 당시 한화로 약 77만 원 정도 했습니다.
2005년 당시 피스모 중고 시세가 한화로 약 60만원에서 상태에 따라 80~90만 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딱 답이 나오죠?! 정말 착한 가격에 중고도 아닌 신품을 77만원에 구입하게 된 셈입니다. 필자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낙찰금액에 해외 배송료까지 더해 이베이 페이팔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약 3주 후 인천공항에서 관세 문제 때문에 연락이 오더군요. 그때 필자의 기억으로는 관세 문제로 인천공항 세관원과 조금 다퉜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품이라도 경매를 통해 저렴하게 낙찰 받은 경우 그 낙찰 받은 금액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지만, 그 세관원은 필자의 저렴한 가격에 낙찰 받았다는 말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베이에서 입찰하고 낙찰 받은 증거 및 페이팔 영수증까지 수집해 그 세관원에게 증거자료로 제시한 이후 2주가 지나서야 통과되어 그에 대한 관세를 지불한 후 피스모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피스모를 배송 받자마자 번들로 들어있던 Mac OS9영문 버전은 설치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Mac OSX 10.4 타이거를 설치했습니다.
2005년에는 이미 G3의 시대는 저물고, G4가 활약하던 시대였습니다. 물론, G5도 이미 출시되었던 시기였고요. 파워북 G5는 아예 출시되지도 않았으니, 파워북 G4가 애플 랩톱 라인업의 제왕의 자리에 군림하던 시대였습니다.
G4의 전성기였지만, 당시 구형이라고 불리던 G3이전의 애플 기종들도 현역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Mac OSX 보다 Mac OS9이 국내·외에서 더 많이 사용되어졌기 때문에 G3이전의 구형 맥들도 활용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니 파워북 G3 피스모 정도면 충분했던 시대였죠.
따라서 당시에는 피스모도 꽤 쓸 만한 사양이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디자인과 색상이 매우 아름답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롬바드와 같이 DVD롬과 배터리가 양쪽으로 탈착 가능한 모듈 방식으로 되어 있어 DVD롬을 삭제하고 배터리를 양쪽 사이드에 탑재해 배터리 사용 시간도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DVD롬으로 바꿔 끼우면 되니까 말이죠.
게다가 당시에는 애플 서드파티 제품 생산업체들의 롬바드와 피스모를 위한 여러 모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무선 인터넷 또한 파워북 구입 시 옵션으로 ‘에어포트 카드’를 설정해 구입 할 수도 있었으며, 에어포트 카드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구입하더라도 나중에 에어포트 카드를 설치하면 바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윈도우 계열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측면에 PCMI카드 슬롯이 있어 다른 기능 등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맥에 호환되는 PCMI카드만 설치 가능하지만 말입니다.
또한 피스모는 G4 CPU로 업그레이드 또한 가능했습니다. 물론 애플 정품으로는 할 수 없었으나, 역시 고가이긴 하지만 애플 서드파티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파워북 G3를 위한 G4 CPU 업그레이드 키트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참고로 필자는 피스모에 파워로직(power logics)의 G4 / 500 CPU업그레이드 킷을 구입해 사용했습니다.
피스모를 사용하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그래픽 쪽이었습니다. 피스모의 그래픽은 ‘Rage Mobility 128’로 비디오 메모리는 16MB였습니다. 2000년도 초반에 애플 데스크톱 라인업인 파워 맥 G4(Power Mac G4)에 탑재된 그래픽카드의 메모리가 최고 32MB 정도 했으니, 당시 비디오 메모리 16MB 정도면 일반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에는 일반적으로 그래픽 메모리가 64~128MB 정도 했으니 피스모의 그래픽은 사실 부족한 상황이라 2D작업은 무난하게 잘 돌릴 수 있었지만, 3D 쪽은 매우 취약했습니다. 특히 당시 3D 게임이었던 맥용 툼 레이더(Tomb Raider)를 돌릴 때면 마치 종이인형을 보는 것과 같아 재미가 없었습니다. 물론, 원체 종이인형 그래픽이긴 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시스템 메모리 문제입니다. 피스모의 메모리 풀 업이 1기가라,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열어놓고 작업하다 보면 메모리가 부족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참고로 피스모는 약 3년 정도 사용한 후 인텔 CPU가 탑재된 맥북을 구입하기 위해 중고장터에 올려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피스모와 젊은 날을 추억하고 있으니…. 세월은 참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