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중동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

이란은 중동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그 존재감은 단순한 군사력이나 자원을 넘어선다. 수천 년의 페르시아 문명을 계승하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이란은 제재와 고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힘을 보여준다. 본 포스트에서는 이란이 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강대국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는지, 그리고 그 잠재력이 중동과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이란의 잠재력
중동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이란의 잠재력


이란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이란은 중동의 심장부에 위치하며, 지정학적·문화적·자원적 잠재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은 이란을 단순한 적대국이 아닌, 중동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질서에 도전


이란은 미국이 설계한 중동 질서의 틀 바깥에서 움직이는 유일한 국가다. 아랍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지원에 의존할 때,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팔라비 정권을 몰아내고 독자적인 길을 선택했다.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했으며,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자립적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부활하면 중동이 더 이상 ‘미국의 중동’으로 남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40년 가까이 국제금융망에서 배제되고,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으로 철저히 고립되었다. 


참고로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개인까지 제재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이란을 세계 경제에서 소외시켰다. 의약품과 생필품 수입조차 제한되며, 이란은 극심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이란은 포위망에 갇혀 있다. 페르시아만의 미 해군, 이라크와 터키의 미군기지, 불안정한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까지, 이란은 사방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드론과 미사일로 국경 너머에서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도 이란은 체제를 유지하며 굴복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두려워하는 이유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또 다른 강국으로, 이란을 견제하며 지역 패권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란이 깨어나면 사우디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이란 역시 세계 4위의 석유 매장량과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자원 강국이다. 


물론, 메카와 메디나라는 성지를 가진 사우디의 종교적 권위는 강력하지만, 이란은 수천 년의 페르시아 문명으로 독보적인 문화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란의 민중은 정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개혁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 반면, 사우디는 민중의 침묵 속에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혁명적 에너지가 자국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란을 체제 유지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의 잠재력


① 지정학적 요충지


이란은 중동의 중심에 위치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전쟁 시 군사적 거점으로, 평화 시 물류와 에너지의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위치는 이란을 누군가의 적이거나 우군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중동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을 준다.


② 자원의 초강국


이란은 석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구리, 철광석, 아연, 금,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농업도 강력해 사프란, 석류, 피스타치오, 대추야자 생산에서 세계 정상급이다. 제재가 풀린다면, 이란은 세계 자원 시장의 흐름을 뒤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다. 


③ 젊고 교육받은 인구


이란의 인구 8,5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로,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젊은 국가 중 하나다. 고등교육 등록률은 60.7%로 일본과 비슷하며, 여성의 대학 진학률도 높아 의학, 과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가 배출되고 있다.


④ 과학과 기술의 축적


고립 속에서도 이란은 원자력, 항공우주, IT, 나노기술 등에서 독자적 기술을 발전시켰다. 2023년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 기준 세계 15위의 학술 논문 발표량을 기록했으며, 나노기술 특허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페르시아 문명과 불굴의 정체성

페르시아 문명
이란의 정체성은 과거 페르시아 문명에서 비롯된다


이란은 단순한 국가가 아닌, 페르시아 문명의 계승자다. 아랍 문화권이 중동을 지배할 때도 이란은 독창적인 언어, 문자, 문화를 유지했다. 페르시아제국의 영광은 오늘날 이란 국민의 자부심 속에 살아 있으며, 이는 외부 침략과 서구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란의 시아파 정체성은 종교적 신앙을 넘어 정치·외교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이라크의 민병대 등 시아파 네트워크는 이란의 국경 너머 영향력을 강화한다.


군사적 위협과 핵무기 개발 가능성


제재로 최첨단 무기 수입이 차단된 이란은 독자적인 미사일, 드론, 방공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히 드론 기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 또한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기술을 보유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견제


① 사우디의 생존 전략


사우디는 수니파 중심의 중동 질서를 유지하며 이란을 견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의 균열 속에서 이란과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는 이란의 잠재력을 체제 유지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②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


이스라엘은 이란을 존재론적 위협으로 본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며 핵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이스라엘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란의 미래와 중동의 변화


이란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재와 고립 속에서도 힘을 키워왔다. 현재 사우디가 미국과 거리를 두고 이란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으며,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을 동맹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란이 깨어나는 순간, 중동은 더 이상 과거의 중동이 아닐 것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