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조명 받고 있는 과거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안드로이드 앤디 루빈의 방한

예나 지금이나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특히 과거 한국을 방문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안드로이드의 앤디 루빈의 이야기는 각각 서로 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두 인물과 삼성의 서로 다른 선택을 통해 우리는 기회를 인지하고 적시에 대응하는 것의 중요성과 열린 사고의 필요성을 더욱 더 깨닫게 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안드로이드 창업자 앤디 루빈 그리고 삼성로고의 이미지
과거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안드로이드 창업자 앤디 루빈의 방한이 재조명되고 있다

● 최근 AI(인공지능)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샘 올트먼 오픈 AI CEO가 한국을 찾으면서 과거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안드로이드 창업자인 앤디 루빈(Andy Rubin)의 방한이 재조명 받고 있다.

1983년, 28살 청년 스티브 잡스를 만난 70대 나이의 이병철 삼성 회장은 “잡스는 IBM 맞설 유일한 인물”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2005년,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은 삼성 임원들을 만나 자신의 회사를 인수해 달라는 제의를 했지만 냉대만 받고 말았다. 

이처럼 과거 외국의 차세대 첨단산업 주역과 한국기업의 운명적 만남은 오늘날까지 회자되고는 하는데, 그 만남이 협력 관계로 이어졌든, 아무 결실도 보지 못했든, 지금의 글로벌 산업 지형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 삼성 이병철 회장의 혜안(慧眼)

1976년 애플을 창업하고 개인 컴퓨터(PC)의 혁신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는 1983년 한국을 방문해 이병철 삼성 회장을 만났다. 미국 유력 언론의 한국 특파원을 지내고 삼성의 부상(Samsung Rising)이라는 책도 펴낸 제프리 케인은 삼성과 애플의 공생적 경쟁관계는 바로 이러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젊은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
삼성 이병철 회장과 젊은 스티브 잡스의 모습 (이미지 출처- reddit)

이병철 회장은 야심만만한 몽상가로 알려진 잡스를 환대했고, 잡스는 태블릿 컴퓨터 구상 등을 밝힌 뒤 삼성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당시 삼성은 반도체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할 무렵으로, 잡스는 삼성이 최고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회사가 되리라 믿은 것이다. 

이병철 회장도 회동 직후 회사 임원들에게 잡스가 글로벌 공룡인 IBM을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2년 뒤,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삼성과의 협업이 곧바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잡스는 1997년 애플에 복귀한 후, 2005년 삼성과 부품 거래 계약을 맺었으며 이후 삼성과 애플은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 이후 삼성의 행보

하지만 삼성에는 이와 대조되는 만남도 있다. 2003년 안드로이드사를 창업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던 앤디 루빈이 2005년 삼성 임원들을 면담했을 때의 일이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루빈은 삼성이 자신의 회사를 인수해 주기를 바라며 안드로이드의 비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삼성 임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루빈과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마자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회의실의 침묵만이 흘렀다고 한다. 한 삼성 주역은 루빈에게 “당신들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것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그것도 고작 여섯 명밖에 안 되면서….”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루빈은 비웃음만 샀다고 생각하며 회의실에서 도망치듯이 나와야 했다. 그로부터 불과 2주일 뒤, 글로벌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이 안드로이드사를 전격 인수했으며 2007년 스마트폰용 운영체제와 미들웨어·응용프로그램 등을 한대 묶은 안드로이드를 공개했다. 이렇게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몰라본 삼성은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가 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 그밖에 사례

이러한 삼성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사례 외에도 과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미국의 다국적 반도체 및 통신장비 기업 퀄컴(Qualcomm)의 인연도 흥미롭다. 

당시 작은 벤처기업이었던 퀄컴은 이동통신 기술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를 개발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다른 표준 기술을 채용하고 있어 기업 존속이 위태로울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구원의 손을 내민 곳이 바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퀄컴과 1991년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후 5년 뒤 CDMA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상용화 되었다. 이렇게 퀄컴은 이를 디딤돌 삼아 세계 표준기술로 급성장할 수 있었으며 이후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어 지금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마치며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면 현 시대의 중요성과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선택과 결정은 그들이 속한 기업과 심지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기회를 알아보고 적시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잡스와 루빈의 이야기에서도 그렇듯이, 기업이나 개인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열린 태도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절호의 기회인지를 볼 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이를 기회로 맞아들일 준비와 자세가 되어있는 자만이 그 기회를 꽉 움켜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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