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니어의 한국 방문과 맞물린 대한민국 우파의 비현실적 기대

2025년 4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 땅을 밟는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시작된 이번 방문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의 한국 재계 거물들과의 만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그런데 일부 한국 우파 지지자들은 이 방문을 두고 마치 ‘구원의 서막’이라도 되는 양 들떠 있다. 그들은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 윤석열 탄핵, 조기 대선의 소용돌이를 해결해줄 ‘희소식’을 가져올 거라 믿는다. 과연 사실일까?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미지 출처- bloomberg)


트럼프 주니어, 그는 왜 한국에 오는 이유


먼저, 사실부터 짚어보자. 트럼프 주니어는 공식 직책이 없는 민간인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자 트럼프 기업(The Trump Organization)의 부사장,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공식 고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 오는 이유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거나 한국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방문은 철저히 사업적이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2015년부터 트럼프 주니어와 개인적 친분을 쌓아왔다. 두 사람은 기독교 신앙을 공유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2024년 말 마라라고(Mar-a-Lago)에서 열린 트럼프의 행사에서도 만났다. 


이번 방한은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으며, 한국 재계가 트럼프 2기의 ‘25% 관세 정책’에 대응하려는 비즈니스 외교의 일환이다.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은 트럼프 주니어를 통해 미국 내 투자 확대나 관세 완화 가능성을 타진하려 한다. 


한국 경제에 미칠 관세의 충격은 작지 않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수출 등이 타격을 받으면 일자리와 경제 성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계는 트럼프의 최측근인 장남을 초청해 소통 창구를 만든 것이다.


정치적 접촉은 거의 없다. 트럼프 주니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대선 주자들과의 공식 면담을 계획하지 않았다. SNS에서 떠도는 “그가 우파 정치인을 만날 것”이라는 소문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그는 재계와의 미팅을 마치고 조용히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 그의 관심사 밖이다.


‘희소식’을 기다리는 한국의 우파


그렇다면, 왜 일부 우파 지지자들은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구원하러 온 것처럼 떠들까? 이 질문은 단순히 이번 방한을 넘어 한국 우파의 심리와 정치적 맥락을 들여다보게 한다. 


필자는 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현상이 안타깝다. 그들의 기대는 마치 1920년대 소련의 ‘오퍼레이션 트러스트'(Operation Trust)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소련은 백군 세력을 속여 반혁명 운동을 와해시켰다. 외부의 구원을 기다리다 내부 단결을 잃은 백군처럼, 일부 우파는 미국에서 올 ‘큰 것’을 꿈꾸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심리의 뿌리는 깊다. 2024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는 우파 지지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때 ‘강철 보수’로 불리던 윤석열이 무너지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유력 후보로 떠오른 상황은 좌절감을 안겼다. 


국민의힘은 계파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겨 있고, 6월 조기 대선을 앞둔 공백은 불안을 키웠다. 이런 혼란 속에서, 일부는 현실적 대안 대신 외부 구원자를 찾는다. 트럼프 가문은 그들에게 이상적인 대상이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반(反)엘리트, 반체제’의 상징이고, 그의 강경한 기독교 우파 이미지는 한국 보수 기독교 세력과 겹친다. 트럼프 주니어는 그런 트럼프의 연장선으로, 한국의 혼란을 정리해줄 ‘구세주’로 투영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기대가 종교적 신념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SNS와 유튜브에서 “트럼프가 한국을 구한다”거나 “트럼프 주니어가 윤석열을 복귀시킬 것”이라는 콘텐츠가 퍼진다. 이런 루머는 귀가 얇은 이들을 현혹하고,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필자는 같은 우파로서 이런 태도가 답답하다. 왜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멀리 미국의 누군가에게 희망을 거는 걸까?


현실을 직시하자, 미국은 우리의 구원자가 아니다


이제 냉정하게 따져보자. 트럼프 주니어나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해결해줄 가능성은 없다. 트럼프 2기는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들의 관심사는 국내 경제(관세, 이민 통제)와 중국·북한과의 지정학적 게임이다. 


한국의 탄핵 사태나 대선은 그들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는 과거처럼 남한을 배제한 채 김정은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우파가 원하는 ‘강한 한·미 동맹’과는 거리가 멀다.


트럼프 주니어는 어떤가? 다시 말하지만, 그는 공식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다. 그의 방한은 재계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지, 한국 우파를 지원하거나 정치적 혼란을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의 과거 방한(2024년 4월, 8월)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결국 사업 관련 인사들과만 만났다. 이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 2기의 정책이다. 한국산 자동차와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비용 분담도 현재 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뛸 수 있다. 이는 우파가 기대하는 ‘희소식’이 아니라, 한국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압박이다. 미국은 우리의 구원자가 아니라, 치밀한 협상이 필요한 파트너일 뿐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 우파는 비현실적 기대를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혼란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외부에 구원을 청하기보다, 내부에서 단결하고 이성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몇 가지 제안


첫째, 가짜뉴스와 루머에 휘둘리지 말자. SNS와 유튜브에서 떠도는 “트럼프가 한국을 구원한다”는 이야기는 근거 없는 낭설이다. 우리는 팩트를 확인하고, 비판적 사고를 키워야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를 극단으로 몰아간다고 해서 거기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


둘째, 우파 내부의 단결을 도모하자. 국민의힘은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대선에서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트럼프 주니어 같은 외부 인물에 기대기보다, 우리의 리더들이 관세 대응, 한미 동맹 강화, 경제 회복 같은 실질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신앙과 정치를 분리하자. 트럼프 가문이 기독교 가치를 대표한다는 이미지는 미국에서도 논란이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 세력이 트럼프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신앙은 개인의 영감이어야지, 정치적 맹목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자강(自强)의 정신을 되새기자. 한국은 외세의 도움에 희망을 품었다가 자멸한 1920년대 소련의 백군 세력이 아니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 강국을 일군 민족이다. 탄핵과 대선의 혼란은 분명 힘들지만, 이를 극복할 힘은 우리 안에 있다. 트럼프 주니어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한다.


마치며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한국 재계의 비즈니스 외교로 끝날 것이다. 그는 한국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정치적 혼란을 해결해줄 수도 없다. 일부 우파의 기대는 뜨거운 열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열정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필자 또한 우파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에너지가 비현실적 꿈이 아니라 현실적 대안으로 향하길 바란다.


우리의 미래는 마라라고의 파티나 트럼프의 트윗이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떠난 뒤, 우리는 다시 우리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 길은 험난하지만, 이성적 판단과 단결된 힘이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자, 이제 루머와 가짜뉴스를 끄고, 현실을 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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