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파워맥 G4 MDD에 당대 최고의 그래픽 엔진 달아주기

Power Mac G4 (Mirrored Drive Doors: MDD)의 이미지
2003 Power Mac G4 (Mirrored Drive Doors: MDD)

현재 애플이 출시하는 맥 프로 라인업은 윈도우 PC와 마찬가지로 문서편집, 영상편집, 음악, 2D, 3D 그래픽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20여년 전만해도 맥 데스크톱 라인업인 파워맥(Power Mac)은 전자출판 업계에서 주로 쿽익스프레스(QuarkXPress)를 돌리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참고로 쿽익스프레스란, 미국의 쿼크(Quark)사에서 개발한 출판편집 소프트웨어로, 1987년 맥킨토시 컴퓨터용으로 처음 출시된 이후 전통적인 출판환경을 전자출판 환경으로 전환하는데 많은 공헌을 한 프로그램입니다. 

쿽익스프레스 버전 중 3.3K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클래식 OS인 맥 OS 9을 설치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003년을 마지막으로 파워맥 G4(Mirrored Drive Doors: MDD)를 끝으로 G4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후에는 G5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당시 파워맥 G4 사양을 보면 지금의 맥 프로 라인업이나 윈도우 PC와는 비교가 불가하지만, 그래도 2003년 당시에는 꽤 훌륭한 사양이었습니다. 

Power Mac G4 (Mirrored Drive Doors: MDD) 측면 도어가 열리는 이미지
Power Mac G4 (Mirrored Drive Doors: MDD) 레버를 당기면 측면 도어가 열리면서 로직보드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CPU-1.25Mhz(싱글), 메모리- 2기가(풀업), 그래픽- ATI 레이디언 9600 Pro/64MB, HDD- 80기가, DVD슈퍼드라이브, 에어포트 카드(wifi) 등 당시에는 비교적 고사양 이라고 말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맥 OS 9이 단독으로 부팅되는 기종이라 맥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도 매우 좋았죠. 

흥미로운 점은 파워맥G4 MDD 초기 모델은 OSX 전용(firewire 800)으로 출시되었다가 후기 모델은 다시 클래식 OS인 9이 단독 부팅 될 수 있는 기종(firewire 400)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어 출시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당시 국내·외 맥 사용자들이 주로 OS9에 익숙했고, 주 사용 목적은 전자출판을 위해서 쿽익스프레스 3.3버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쿽익스프레스 3.3은 클래식 OS 환경에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이었으니 말이죠.

당시 쿽익스프레스는 꽤 고가의 편집 전문 소프트웨어였고, 편집을 위한 여러 서체들도 상당히 고가였습니다. 그 동안 클래식 환경에서 작업을 위해 고가의 소프트웨어와 서체를 구입해 구형 파워맥을 사용해 오다가 반짝이는 새로운 맥으로 막 갈아탔는데, 갑자기 OS9이 단독으로 부팅되지 않으니 많은 맥 사용자들은 거의 맨붕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15인치와 파워맥 G4 MDD의 이미지
애증의 클래식 OS9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15인치와 파워맥 G4 MDD,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일명 크리스탈 디스플레이는 ADC 커넥터를 지원한다. 즉, 전원이 따로 필요 없다는 말: 아래의 설명 참고)

이러한 상황을 빠르게 눈치 챈 애플은 약간의 꼼수를 발휘해 맥OSX을 시동한 후 그 안에서 다시 클래식OS를 시동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머신인 VMWARE나 패러렐즈와 비슷한 시스템을 추가해서 OSX안에서 OS9을 시동해 구형 프로그램들이 사용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안정성과 서체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말이 많았죠. 그래서 애플은 firewire를 400으로 다운그레이드 해서 OS9이 단독 부팅 되는 후기 기종을 다시 출시한 것입니다. 원래는 OSX전용 맥이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파워맥 G4 MDD 모델은 OS9과 OSX의 과도기적 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OS9과 OSX을 함께 사용하다보니 시스템 메모리와 그래픽 메모리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OS9을 단독 부팅 할 경우 시스템 메모리와 그래픽 메모리의 소모가 그렇게 크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는데, UI가 화려한 OSX을 사용하다보니 시스템 메모리와 그래픽 쪽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스템 메모리 풀업 2기가(당시에는 이것으로도 충분했음) 정도면 그럭저럭 쾌적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니 됐고, 문제는 그래픽카드입니다. CPU는 꽤 쓸만했고, 하드디스크와 시스템 메모리 업그레이드는 비용 면에서 용이했는데, 맥용 그래픽카드의 경우에는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꽤 고가였습니다. 

참고로 맥은 일반 PC용 그래픽카드와 호환되지 않고 꼭 애플 정품이나 맥 에디션(Mac edition) 딱지가 붙어 나온 그래픽카드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맥용 엔비디아 지포스4 Ti 4600/128MB(nvidia geforce4 Ti 4600/128MB) 그래픽카드를 구입하기 위해 중고장터를 기웃거렸지만 최신 그래픽카드라 중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ATI Radeon 9600 Pro/64MB 와 nvidia geforce4 Ti 4600/128MB 그래픽카드의 이미지

ATI Radeon 9600 Pro/64MB 와 nvidia geforce4 Ti 4600/128MB (참고로 ADC 커넥터는 로직보드 슬롯에 결속해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전원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디스플레이의 전원이 따로 필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ADC를 지원하지 않는 일반 디스플레이는 따로 전원을 연결해 주어야 하며, ADC 커넥터가 없는 맥용 그래픽카드는 반대로 ADC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와는 호환되지 않는다.

그래서 신품 가격을 알아보니 당시 미국현지에서 $330 정도 했고, 애플코리아에 문의해보니 정식수입 가격이 50만원이 조금 넘었으니 상당히 고가였습니다. 미국 이베이(ebay)를 통해 구입하더라도 한화로 거의 45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라 구입을 망설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 없이 기존의 ATI 레이디언 9600 Pro/64MB(ATI Radeon 9600 Pro/64MB)를 사용하기에는 그래픽 메모리 부분에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왜냐하면 레이디언 9600 Pro의 그래픽 메모리는 64MB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ATI 레이디언 9600 Pro 128MB 또는 256MB도 있긴 했지만 G4가 아닌, G5 전용이라 포기.   

사실 OSX에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하는데 레이디언 9600 Pro로도 충분했지만, 내심 G4로 3D 게임을 돌려보고 싶었습니다만, 9600 Pro로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으니 말이죠.  

고민 끝에 맥용 엔비디아 지포스4 Ti 4600으로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하고 일단 애플코리아 정식 수입 건은 비용 면으로 볼 때 너무 소모적이라 포기, 그래서 이베이를 통해 즉시구매(By it Now)로 구입했습니다. 부피가 작아 배송료 또한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약 3주정도 걸려 그래픽카드를 배송 받아 교체한 후 제일먼저 돌려본 것은 3D게임 이었습니다. 바로 고스트 리콘,(Ghost Recon) 고전 명작 게임이죠. 9600 Pro보다는 지포스4 Ti 4600이 훨씬 더 유연하게 게임을 실행시키는 것을 체감하며 매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던 젊은 시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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