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은 1948년 냉전과 분단 현실 속에서 제정된 이래 70여 년간 대한민국의 안보와 인권에 걸쳐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법률이다. 2025년 12월, 제22대 국회에서 범여권 의원 31인(혹은 32인)이 최대 규모의 폐지 법률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이 논쟁은 다시 한번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본 포스트는 ‘악법’으로 규정하는 폐지 찬성론과 ‘분단국가 안보 공백 방지’를 내세우는 존치·개정 찬성론의 첨예한 주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폐지론의 핵심 공격 대상인 제7조(찬양·고무 등)의 모호성과 죄형법정주의 위배 비판과, 존치론의 근거인 형법, 남북교류협력법 등 대체 법률의 목적적 한계를 비교한다. 또한, 북한의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 등 진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국가보안법의 역할 재정립과, 독일, 대만 등 타국 사례를 비교하며 법리적 쟁점을 검토한다. 결론적으로, 단순한 폐지나 존치를 넘어 인권 보장과 안보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입법적 개정 로드맵을 제시하여, 이 법이 나아갈 미래 방향을 모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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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의 정의와 1948년 제정 배경 (냉전과 분단 현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과 존립을 위협하는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처벌하고 규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1948년에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은 전 세계가 냉전 체제에 돌입했던 시기, 대한민국이 건국되는 동시에 안보 체계를 확립해야 했던 특수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특히 6.25 전쟁을 겪으며 북한이 대한민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실체임이 명확해졌고, 이에 따라 국가의 존립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방패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제정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
대한민국의 법적, 지정학적 특수성은 국가보안법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근간이 된다. 대한민국은 현재 전쟁이 완전히 끝난 ‘종전(終戰)’ 상태가 아니라, 교전이 잠시 중단된 ‘휴전(休戰)’ 상태에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정전 체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은 단순한 형법을 넘어 적대적인 반국가단체의 행위를 사전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하는 특수 형벌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25년, 제22대 국회 폐지 논쟁 재점화의 배경과 현황
국가보안법은 7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법률로 기능해 왔다. 2025년 12월 2일, 이 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뜨겁게 재점화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소속 국회의원 31인(혹은 32인)이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공동으로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는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에 참여한 최대 규모의 폐지 시도로, 현 국회의 정치 지형과 진보 진영의 오랜 개혁 요구를 반영한다.
폐지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여론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국민적 반발이 거세게 표출되었는데, 법안의 입법 예고가 시작된 지 단 하루 만에 10만 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접수되기도 했다.
입법 예고 이틀 만에도 6만 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달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폐지 논의가 단순한 법률적 기술 문제를 넘어 국민의 안보 의식과 이념적 정체성에 깊숙이 관여된 첨예한 갈등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 폐지 찬성론 – ‘악법’ 비판과 인권 침해의 구조적 문제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 진영은 국가보안법이 탄생 배경과 달리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권 유지와 반대 세력 탄압의 도구로 악용된 역사를 가장 강력한 근거로 제시한다.
국가보안법은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한 현대사를 온통 뒤덮고 있는 ‘거대한 괴조(怪鳥)’와도 같은 존재로 규정된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폐지론자들에게 국가보안법 자체를 존속시켜서는 안 되는 ‘악법’으로 규정하는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 폐지 주장은 보수 진영이 선거 전략의 무기로 오랜 기간 사용해 온 ‘반공 프레임’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정치적 분석이 존재한다. 이 법을 폐지함으로써 반공주의라는 이념적 틀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동기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2025년 폐지 법안 발의가 법의 실효성 논란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반공주의’ 청산을 목표로 하는 이념적 선언의 성격이 강함을 시사한다. 이 논쟁의 본질은 법의 미래보다 과거의 역사적 심판에 대한 요구에 가깝다.
1. 제7조(찬양·고무 등)의 모호성과 죄형법정주의 위배 비판
국가보안법 제7조, 이른바 ‘찬양·고무 조항’은 폐지론의 핵심 공격 대상이다. 이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폐지론자들은 이 ‘찬양·고무’ 또는 ‘동조’의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국민의 정당한 비판, 사상 표현, 또는 학문적 연구까지 처벌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억압하며, 나아가 형벌 법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과거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책자를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은 사례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에서 ‘이적물 소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사례 등이 폐지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2. 내심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부정 (불고지죄 등)
국가보안법은 행위의 외부에 드러나는 폭력적 실행뿐만 아니라 내심의 영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제10조 ‘불고지죄’는 간첩 등 중대한 안보 범죄를 인지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폐지론자들은 이 조항이 당사자에게 ‘침묵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3. 국제 사회 및 인권 기구의 일관된 폐지 권고
국가보안법은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등 다수의 국제 인권 기구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이러한 국제적 압박의 핵심은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는 국제 규약과 내용상 양립할 수 없는 법률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국제 인권 기구는 안보 현실의 특수성이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폐지를 권고해 왔다. 이는 국내 헌법재판소가 안보 현실을 근거로 합헌을 유지하는 판단과는 대조된다.
이러한 괴리는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 안보 체제에서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 법치주의 스탠스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주요 원인이 된다.
● 존치·개정 찬성론 – 안보 현실과 법률적 대체 불가능성
국가보안법 존치론자들은 대한민국의 냉엄한 안보 현실을 가장 먼저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이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실체적 위협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의 위협은 재래식 군사 도발을 넘어 고도화되고 있다. 국가 주요 기관의 전산망 마비를 시도하는 사이버 공격, 드론 등을 이용한 군사 시설 무단 촬영 및 군사 정보 탈취 시도 등 다양한 형태로 위협이 진화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제재를 우회하여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암호화폐 탈취 등 악성 사이버 활동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2024년 사이버 침해사고가 전년 대비 약 48% 증가하는 등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할 포괄적인 안보 장치로서 국가보안법은 필수적인 법률이라는 것이 존치론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1. 대체 법률의 목적적 한계와 안보 공백 우려
폐지론자들은 간첩, 내란, 외환죄 등 핵심 안보 범죄가 이미 현행 형법으로 처벌 가능하고, 남북 관계의 특수성은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가보안법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존치론자들은 이러한 대체론이 각 법의 근본적인 목적이 다르다는 법리적 취약점을 간과하여 심각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2. 형법 대체론의 반박 – 목적범 규율의 한계
형법은 이미 발생한 위해를 처벌하는 데 주력하며, 구체적인 폭력 행위나 위해 발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의 조직적 연계, 사상적 동조 행위, 그리고 이적 목적을 가진 사전적 행위를 처벌한다. 형법상 내란죄 등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형법으로는 국가보안법이 규율하는 사상범적 요소나 조직적 연계성을 포괄하기 어렵다.
특히, 단순히 북한을 지지하는 단순 동조 행위에 대해서 형법은 외부적으로 해를 끼쳤을 때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사상적 동조 행위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 이는 비물리적인 이적 행위에 대한 법적 공백을 발생시킨다.
3. 남북교류협력법과의 근본적 기능 충돌
남북교류협력법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은 입법 체계의 비대칭성을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이름 그대로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을 허용하고 관리(조장입법)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반면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활동을 처벌(규제입법)하기 위한 법이다. 교류와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 행위를 강력하게 규율하고 처벌할 수는 없으며, 이는 국가 안보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존치론의 핵심 반론이다.
실제로 남북교류협력법은 국가보안법상의 회합·통신 등에 대한 처벌 규정(동법 제8조)에 대하여 면제할 수 있는 사전신고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두 법이 기본적으로 상충되는 기능을 조화시키기 위해 존재함을 보여준다.
만약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교류협력법에 안보 기능을 맡긴다면, 적대적 행위를 사전적으로 규율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독립된 안보 법률 체계가 완전히 붕괴하여 구조적 안보 공백이 발생한다.
4. 개정론의 등장 – 인권과 안보의 타협 가능성
폐지와 존치라는 이분법적 선택을 넘어,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만 수정하자는 ‘개정론’이 중도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1948년에 만들어진 법이므로 시대 변화에 따라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법의 전면 폐지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개정론자들의 논리이다.
특히 제7조의 ‘찬양·고무’ 기준이 모호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법 전체를 없앨 것이 아니라 해당 조항만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과거 대체 입법론에서는 ‘반국가단체’ 개념을 폐지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새로운 보호법익으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국민의 정부선택권, 사법권 독립 등 구체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보호하려는 방향으로 법의 성격을 전환하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개정론은 법리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 현재 폐지론이 압도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이 법을 둘러싼 정치적 이념 대결이 실질적인 법 개선보다 ‘이념적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 국가보안 관련 법률의 기능 비교
| 구분 | 국가보안법 (NSA) | 형법 (간첩, 내란 등) | 남북교류협력법 |
| 주요 목적 | 국가 안전과 존립을 위협하는 반국가단체의 활동 처벌 및 규제 | 일반적인 사회 법익 침해 및 국가 기관의 기능 침해 처벌 |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의 촉진 및 관리 |
| 성격 | 특수 형벌법, 사상 규제 요소 (규제입법) | 일반 형벌법 (행위범 중심) | 행정 관리 및 절차법 (조장입법) |
| 처벌 대상 | 반국가단체 구성 및 활동, 찬양·고무, 이적표현물 소지 등 | 내란, 외환, 일반 간첩 행위 등 구체적 실행 행위 | 무단 접촉 및 교류 질서 위반 행위 |
| 안보 공백 여부 | 폐지 시 사상범, 동조 행위, 조직적 연계 규율 공백 발생 우려 | 비물리적 이적 행위 처벌 불충분 헌법재판소 “국보법 ‘찬양고무죄’ 합헌” | 적대 행위 처벌 목적 아님 https://nkis.re.kr/subject_view1.do?otcCd=RC&otcNm=%ED%98%91%EB%8F%99%EC%97%B0%EA%B5%AC%EB%B3%B4%EA%B3%A0%EC%84%9C&otpId=KINU00018298&otpSeq=0&eoSeq=16785 |
첨단 안보 위협과 국가보안법의 역할 재정립 – 북한의 고도화된 사이버 공격 현황 (2025년 기준)

2025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 중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는 사이버 공간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전통적인 외화 획득 경로가 막히자, 암호화폐 탈취 등 악성 사이버 활동을 핵·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4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사이버 침해사고는 전년 대비 약 48% 증가하여 1,887건이 발생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랜섬웨어, 딥페이크 사칭, Tbps급 DDoS 공격 등 고도화된 위협이 1,034건 보고되었다.
이러한 위협은 단순한 해킹 수준을 넘어 국가 주권과 안보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사이버 안보 기본법 제정과 공세적 방어 체계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1. 사이버 안보 체계 내 국가보안법의 현재 위치 및 적용 진단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할 때 여전히 중요한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북한의 해킹 조직이 방산 연구 시설을 공격하거나, 이적단체 활동과 연계된 사이버 행위를 했을 경우, 해당 조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그 활동에 ‘동조’하거나 ‘이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
만약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처벌에서 가장 중요한 ‘이적 목적’이나 ‘반국가단체와의 연계’ 입증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일반 형법은 행위 자체의 불법성을 처벌할 뿐, 북한 정권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에 따른 고의성(목적범)을 포착하지 못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형법을 통한 처벌은 가능하더라도, 사건의 본질을 국가 전복 의도가 내포된 ‘안보 위협’이 아닌 단순한 ‘정보통신망 침해’라는 경한 범죄로 해석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이는 수사기관의 공소 유지 역량을 약화시켜 안보 공백을 심화시킨다.
2. 타국 사례 비교 – 국가보안 법제의 국제적 흐름
다른 분단국가나 안보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의 법제는 한국의 국가보안법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① 독일 통일 후의 법제 변화
독일은 통일 전 서독의 기본법이 서독 영토 안에서만 효력을 갖도록 규정하여, 분단 현실을 법 안에 수용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사상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으며, 과거 동독 집권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의 활동까지 보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억압하는 사상과 이념의 영역에서 독일의 법제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독일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단순히 법을 폐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통일 과정에서 상대방을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지(‘반국가단체’ 대 ‘대화 상대’)에 대한 헌법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한국은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이후에도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해야 하는 헌법적 특수성을 여전히 안고 있어, 독일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② 대만의 사이버 안보 강화
대만은 중국과의 긴장 속에서 사이버 보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사이버 보안 관리법(CSMA)’을 제정하고, ‘반침입법’ 등을 통해 형사법적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대만 정부는 정보보안 모니터센터를 운영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보보안 시스템 구축을 세밀화하고 있다.
이는 분단 상황과 유사한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이 전통적인 안보 법제와 별개로, 사이버 위협에 특화된 법률을 개별적으로 강화하는 추세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논의한다면,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하고 구체적인 대체 입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법리적 쟁점 심화 – 제7조 합헌 결정의 의미와 판례 경향
국가보안법 제7조의 위헌성 논란은 수십 년간 지속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헌재는 제7조 제1항 및 제5항(찬양·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유포)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으며, 이는 헌재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호해야 할 공익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헌재의 이러한 결정을 ‘현실을 완벽히 외면한 외눈박이 결정’이라며 강력히 비판한다. 헌재는 한국의 특수한 안보 현실과 반국가단체의 위협을 근거로 합헌을 유지하지만, 국제기구는 인권 원칙을 강조하며 폐지를 권고하는, 법적 기준의 이중 잣대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1. 대법원의 ‘찬양·고무’ 및 ‘이적성’ 판단 기준 변화와 실질적 적용 추이
헌법재판소가 법의 존속 자체를 인정한다면, 대법원은 그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법의 폭력성을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대법원은 제7조 적용 시 단순히 북한을 찬양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으며, 해당 표현물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어야 하고, 행위자에게 이적 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이 ‘이적 행위를 할 목적’의 입증이 사법 판단의 핵심 쟁점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엄격한 해석 기조는 국가보안법이 사실상 ‘무력화(De Facto Nullification)’ 과정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법은 존치시키되, 실제 처벌 기준은 극도로 높여 실질적인 적용 범위를 최소화함으로써, 사법부가 국가 안보의 상징성과 인권 보장 요구 사이에서 절충적 안정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 5월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과 관련하여 재심을 통해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등, 인권 보장 측면에서 무죄 판결을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2. 제7조 폐지론에 대한 대체 입법의 실현 가능성 검토
폐지론자들은 제7조 폐지 시 그 기능을 형법상 선전선동죄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형법의 처벌 요건이 구체적인 폭동이나 위해 발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적성이 명확한 비물리적 행위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안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그 대체 법률에서 ‘반국가단체’ 개념을 삭제하는 대신 ‘민주적 기본질서’를 새로운 보호 법익으로 도입하자는 논의가 과거부터 존재했다.
이는 국민의 정부선택권, 국회 입법권, 사법권 독립 등 구체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보호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대체 입법 없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북한과의 평화적 교류가 아닌 적대적 공작 행위에 대한 법적 규율 근거가 약해져, 오히려 신속하고 강력한 안보 대응이 필요할 때 입법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폐지와 존치, 이분법을 넘어선 개혁의 과제

국가보안법 논쟁은 ‘불행한 역사를 상징하는 시대의 괴물’이라는 시각과, ‘휴전 상태인 분단국가의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안보 장치’라는 시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한민국만의 특수한 문제이다.
이 법의 존폐는 단순한 법률적 선택을 넘어, 대한민국이 북한을 헌법적으로 ‘반국가단체’로 규정할지, 아니면 ‘평화 통일의 동반자’로 규정할지에 대한 헌법적, 정치적 미래상을 결정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현행 폐지안 발의의 한계
2025년 범여권 국회의원들의 폐지안 공동 발의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이념적 대결 구도의 종식을 선언하려는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다. 그러나 국민적 반발이 격렬하게 나타났듯이, 이는 사회적 합의가 미비한 상태에서 이념적 주도권만을 확보하려는 일방적 입법 시도로 비춰질 위험이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대체 입법의 취약성이다. 형법 및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은 법률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
남북교류협력법은 교류 촉진을 위한 조장입법의 성격이 강하며, 형법은 사전적이고 조직적인 반국가 공작 행위의 ‘이적 목적’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대체 입법 논의 없이 폐지만을 주장하는 것은 분단국가 현실에서 무책임한 발상으로 평가된다.
인권 보장과 안보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입법적 로드맵
분단 현실이 지속되고 북한의 적대 행위가 고도화되는 한, 이를 규율할 수 있는 강력한 안보 법제는 필수적이다. 국가보안법은 인권 침해의 역사적 오명을 안고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나, 당장 실질적인 대체 법률 체계 구축 없이 폐지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폐지’와 ‘존치’라는 이분법을 넘어, 인권 보장과 안보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개정’을 당면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제7조 처벌 요건 명확화: ‘찬양·고무 등’ 조항은 인권 탄압의 주요 근거였으므로, 대법원의 엄격한 해석 기조를 법률 조문에 명시적으로 반영하여 처벌 요건을 ‘국가의 존립·안전을 명백하고 실질적으로 위협할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 법적 명확성(죄형법정주의)을 확보한다.
불고지죄(제10조) 전면 폐지: 침묵할 권리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불고지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사이버 위협 특화 법제 구축: 북한의 고도화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대체 법률을 정비하여 ‘반국가 사이버 공작 행위’에 대한 특례 조항을 신설한다. 이는 북한의 위협을 단순 해킹이 아닌 ‘이적 목적’을 가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함이다.
관련 법률 체계 정비: 남북교류협력법을 포함한 관련 법률 간의 우열 관계 및 적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여 법 적용의 혼선을 제거하고, 국가보안법의 특수한 규제 기능을 형법, 외환죄 등 일반법과 명확히 분리하여 구조적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