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부 천사인가? 영리 사업가인가? 그 진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에서 기부 천사로 변신한 빌 게이츠. 그가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으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순수한 자선가일까? 그의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백신 사업이라는 거대한 판을 설계하고 이끌어가는 치밀한 사업가의 모습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당시 공동 창업자를 배신하고, 반독점 소송으로 냉혈한 이미지를 얻었던 그가 어떻게 지금의 인류애 넘치는 자선가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을까? 

빌 게이츠는 기부 천사인가?
빌 게이츠는 기부 천사인가?


3년 만에 방한하는 빌 게이츠


빌 게이츠가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현재 빌 게이츠는 일본과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백신 사업을 홍보하고 있으며 곧 방한 예정이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국회에서 감염병 퇴출을 위한 국제 협력 방안에 대한 연설 및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빌 게이츠는 누구인가?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하버드를 중퇴한 빌 게이츠(Bill Gates)는 1975년에 친구 폴 앨런(Paul Allen)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다. 알테어(Altair)는 초창기 컴퓨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시작했다. 


얼마 못가 공동 창업자인 친구 폴 앨런 사이에는 지분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있었다. 1980년대 초, 폴 앨런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가 지분 문제를 두고 그를 압박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창업자간의 지분 문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앨런 본인의 회고록(Idea Man)에도 “게이츠가 내 지분을 줄이려 했다”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결국 폴 앨런은 1983년에 회사를 떠났다. 당시 언론은 게이츠가 친구를 배신했다고 지적했다.


1980~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윈도우 운영체제가 사실상의 표준이 되었고, 게이츠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컴퓨터 제국의 황제’ 같은 상징이 되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정부와 여러 주(州)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와 인터넷 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프롤러: Internet Explorer)를 끼워 팔면서 경쟁을 억압한다고 주장하며 반독점 소송을 걸었다. 


당시 재판정에서 빌 게이츠는 영상을 통해 증언했는데, 그 태도가 무척 방어적이고 오만해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언론은 그의 모습을 두고 ‘냉혈한 독점가’ 또는 ‘소시오패스’(sociopath)라고 비판했다. 이때부터 게이츠는 자신이 쌓아온 천재 창업자의 이미지 대신, ‘탐욕적인 재벌’이라는 비판적인 시선을 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게이츠는 큰 결정을 내린다. 2000년,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 전면은 스티브 발머에게 맡기고, 본인은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자(Chief Software Architect)라는 새로운 직함을 갖고 기술 전략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상 그 순간부터 그는 경영자로서보다는 점차 다른 길을 모색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자선 활동이었다. 아내 멜린다(Melinda)와 함께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세우고, 전 세계 빈곤 문제, 전염병, 교육 문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8년, 그는 드디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일상적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남들이 보기엔 세계 최고 기업을 두고 물러나는 게 의아해 보였지만, 게이츠는 이미 기업가보다는 ‘자선가’, ‘미래 문제 해결사’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공식적 연결고리를 끊는다. 그리고 2021년 아내 멜린다와 이혼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였던 빌 게이츠는 동업자와의 불화·배신, 반독점법 등의 여러 문제로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전염병 퇴치와 기후 변화 등 인류 전체의 문제를 다루는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게이츠의 이미지는 인류애 넘치는 자선가에다 감염병 퇴치를 위한 백신 전문가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MZ 세대들은 빌 게이츠를 ‘기부 천사’나 ‘백신 전문가’ 정도로 알고 있을 듯싶다.  


자선가? 백신 사업가? 가비는 뭐하는 기관인가?

빌 게이츠와 가비
빌 게이츠와 가비


빌 게이츠의 행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게이츠에 대해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단순히 자선 사업가로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게이츠의 사회적으로 포장된 면모다. 


빌 게이츠의 이번 방한 때 등에 업고 오는 단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바로 ‘가비’(GAVI: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라고 하는 세계 백신·예방접종 연합이다. 


2000년대 초,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백신 한 번 맞지 못해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많았다. 선진국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접종이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백신이 너무 비싸거나, 공급망이 없어 아예 도착조차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국제기구와 정부, 그리고 민간 재단들이 하나로 뭉쳐서 만든 것이 바로 가비(GAVI), 세계 백신·예방접종 연합이다. 


가비의 중심에는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가 있었다. 게이츠 재단은 초창기부터 가비에 거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이 덕분에 ‘백신 연합’은 단순한 구호 단체가 아니라 실제로 수십억 회 분량의 백신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거대한 조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유니세프(UNICEF), WHO,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도 합류하면서, 가비는 단숨에 “전 세계 아이들에게 백신을 보급하는 전선의 최전방”이 된 것이다. 


사실 가비의 업적은 분명 눈부시다. 홍역, 소아마비, 폐렴 같은 질병으로 죽어가던 수많은 아이들이 가비가 유통한 백신 덕분에 살아남았고, 저소득 국가에서도 더 이상 “돈이 없어서 백신을 못 맞는다”는 말이 서서히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을 때도, 가비는 WHO와 함께 코백스(COVAX)라는 글로벌 백신 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보내는 핵심 역할을 맡기도 했다. 


가비의 그림자

GAVI
GAVI


화려한 업적 뒤에 가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백신을 값싸게 보급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제약사들이 시장을 놓치지 않도록 구조를 계획했다는 지적, 즉 제약사 배만 불린다는 의혹이 있으니 말이다. 


또한 가비의 지원을 받는 나라들이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생산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국제기구에 의존하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더불어 코로나19 때는 부유한 나라들이 먼저 백신을 싹쓸이하면서, 가비가 내세운 “공평한 분배”라는 구호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그 한가운데에는 빌 게이츠의 그림자가 있다. 


사실 가비는 국제기구를 넘어 빌 게이츠 백신 산업의 대외 선전기구나 마찬가지다. 가비의 대표이사(사니아 니슈타르 박사: Dr. Sania Nishtar)는 따로 있지만, 주인은 빌 게이츠인 셈이다. 


물론, 가비는 국제 공공-민간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으로, 즉 WHO, 유니세프, 세계은행, 각국 정부, 민간 재단(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포함), 제약사 등이 함께 참여해 운영하는 연합체다. 


빌 게이츠나 그의 재단이 가비의 주인이거나 소유권을 가진 건 아니지만, 초창기부터 엄청난 기부 주 및 후원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그리고 가비는 전통적인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즉 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시민 단체가 아니므로 겉으로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이라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개인 소유 사기업에 가깝다. 따라서 재무제표도 불투명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비의 주 사업 목적이 가난한 나라의 아동들에게도 무료로 또는 매우 저렴하게 백신을 접종해 주는 거라 겉보기에는 꽤 아름답고, 바람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왜? 가비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걸까? 


가비가 비판받는 이유

빌 & 멜린다
빌 & 멜린다


우선 가비는 가난한 국가의 전반적인 보건 시스템이나 지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리고 특히 코로나19 백신에 집중하면서 일부 국가들과 내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게다가 기본적이면서 매우 저렴한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지원되는 *DTP 백신을 제외한 값비싼 신형 백신에만 자금을 집중하는 이상한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경 없는 의사회’(MSF: Médecins Sans Frontières)에서도 이 문제를 비판한 적이 있으며, 결국 2025년 6월 25일, 미국의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가 미국 정부의 가비 지원금 중단을 발표했다. 

*DTP 백신
Diphtheria(디프테리아)백일해와는 다른, 목과 호흡기를 공격하는 세균성 질병 
Tetanus(파상풍)상처를 통해 들어오는 세균이 신경을 공격, 근육 경직을 일으키는 질병 
Pertussis(백일해)심한 기침을 유발하는 전염병


주목할 점은 가비가 백신을 제약 회사로부터 무료로 기부 받는 것이 아닌, 돈을 주고 대량 구매한다는 점이다. 어느 제약 회사에서 어떤 백신을 구매할지는 가비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는데 사실 그냥 빌 게이츠가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논란이 된 대표적인 사례가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모스큐릭스(Mosquirix)라는 말라리아 백신이다. 빌 게이츠가 소유한 또 다른 단체,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 재단에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말라리아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가비는 WHO, 유니세프와 같이 백신 대량 구매자 역할을 한다. 게이츠 재단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이익이나 배당을 가져가지 않는다. 


참고로 게이츠 재단은 별도의 빌 & 멜린다 게이츠 트러스트(신탁)가 있다. 여기서 투자신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을 통해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모든 포트폴리오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모스큐릭스 말라리아 백신 개발에 투입된 게이츠 재단의 자금이 100% 순수한, 반환할 필요 없는 지원금, 즉 그랜트(grant)로 지원한 자금으로 명시되어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랜트로 명시되어 있으며 게이츠 재단이 모스큐릭스 말라리아 백신의 지분, 특허 및 로얄티를 직접 소유한다는 자료도 없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접근 협정’(Access Agreement)이 있으며, 그 범위가 어디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공식적으로 그랜트의 개념은 특정 프로젝트나 연구, 활동을 위해 정부, 재단, 기관 등이 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이지만, 완전히 무상지원의 의미가 아닌, 실제로는 몇몇 계약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이 일종의 관례다.


그리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선 부문이랑 그 투자신탁이 법적으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지만, 둘 사이에 전략적인 조율이 계속 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투자신탁이 특정 제약 회사에 투자를 미리 해 두고 자선 재단에서 백신 연구 보조금을 그 제약 회사에 지원하는 경우 간접적으로 투자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백신은 절대 실패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가비에서 전량 다 구매해 줄 것이니 말이다. 쉽게 말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추측이나 비난, 음모론이 아니다. 


빌 게이츠가 월스트릿 인터뷰에서 공공연하게 직접 밝힌 내용 중 “내 인생 최고의 투자가 백신에 투자한 것이다”라는 발언이 과연 ‘사람을 살리는 백신에 투자한 것을 최고의 투자였다’라는 발언일까? 이 발언은 문학적 레토릭(literary rhetoric)이 아닌, 사실 ‘금전적으로 최고의 투자였다’라는 의미다. 


그 이유로, 게이츠는 월스트릿 인터뷰에서 이 발언과 함께 다른 투자자들한테도 자신의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투자하라고 신호를 보냈으니 말이다. 


『자신이 투자한 백신을 자신이 만든 기부 단체가 외부에서 후원을 받아 즉, 남의 돈으로 구입한 백신으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접종하면서 생색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기부 천사 이미지는 물론, 부를 쌓는다. 이것이 바로 빌 게이츠의 사업모델이다.』 


마치며


이렇듯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빌 게이츠의 기부는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이루어진 기부가 결코 아니다. 그 정점에는 바로 코로나19 백신이 있었다. 팬데믹 당시 게이츠의 영향력은 매우 컸고, 그는 이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금은 사실상 백신 개발 사업권을 쥐고 직접 조정하면서, 국내 제약사들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필자는 지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빌 게이츠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아 진실을 전달하려 하는 것이다. 사실 게이츠는 기부 천사도 아니고 자선가도 아니다. 단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판 튕기는 사업가일 뿐이다. 


그리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를 비하하려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을 욕하고 싶은 마음도 추호도 없다. 단지 빌 게이츠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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