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마노프 왕가의 몰락과 공산주의 심리전의 역사

20세기 초 러시아 제국의 로마노프 왕가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몰락했다. 그러나 당시 많은 국민과 백군은 왕정을 복원하려 했고, 볼셰비키 적군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이들은 공산주의 심리전에 속아 무너지고 말았다. 본 포스트에서는 로마노프 왕가의 비극적인 최후와 함께, 가짜 정보와 희망 고문을 이용한 공산주의 심리전이 어떻게 반공 세력을 무너뜨렸는지 살펴본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가를 표현한 이미지
비운의 러시아 로마노프 왕가를 표현한 이미지




20세기 초, 로마노프 왕가의 몰락


20세기 초 러시아 제국의 로마노프 왕가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몰락했다. 왕실은 무너졌으나 당시 러시아에는 왕실을 복원하려는 국민들도 꽤 많았으며 비록 볼셰비키의 적군에게 패하긴 했지만, 왕실을 지키고 유지하려 노력했던 백군이라고 부르는 세력도 제법 잔존했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 고문을 이용한 공산주의 세력의 심리전인 일명 ‘오퍼레이션 트러스트’(Operation Trust)에 걸려들어 너무 쉽게 무너지게 된다. 참고로 공산주의의 오퍼레이션 트러스트라고 불리는 이러한 심리전은 당시 러시아 내·외에서 과격한 저항을 하던 반공 세력조차 완전히 전멸시킬 정도로 큰 효과를 낳았다.   


쉽게 말해, 공산주의 세력이 펼치는 심리전은 과격한 반공 세력조차 공산 세력과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외세가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즉 희망회로를 스스로 돌리게 해 전멸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과 로마노프 왕가의 몰살

로마노프 왕가의 마지막 모습
로마노프 왕가의 마지막 모습 (이미지 출처- history)


1917년, 피비린내 나는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인 볼셰비키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혁명을 통해 제정 러시아를 통치하던 로마노프 왕가는 처참하게 몰살당하고 만다. 


참고로 당시 러시아에서 로마노프 왕가를 몰락시키고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를 적군이라고 불렀으며, 비록 제정 러시아는 무너졌지만 왕실을 추종하며 적군과 싸우던 반공 세력을 백군이라고 불렀다. 

적군과 백군을 표현한 이미지
적군과 백군을 표현한 이미지


*미국 정치의 화이트·블랙 햇(White Hats/Black Hats)의 개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화이트 햇은 주로 서부영화에 나오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주로 흰색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온 것에서 유래, 블랙 햇의 경우는 악당들이 쓰고 나오는 검은색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온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즉, 화이트 햇은 블랙 햇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주로 공익 또는 국익을 위해 해킹을 시도하며, 한국에서는 화이트 해커라고도 불린다.


1917년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한 후 1918년 로마노프 왕가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황제 니콜라이 2세뿐만 아니라 황제의 처자식, 심지어 요리사와 하인까지 모두 몰살당했으니 말이다. 조사에 따르면, 처형에 약 70발의 총알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도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행위였기 때문에 당시 로마노프 왕가의 처형과 매장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로마노프 왕가가 처형된 장소
로마노프 왕가가 처형된 장소, 당시의 처참함을 엿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희망에 매달린 러시아 국민


로마노프 왕가는 몰살당했으나 여전히 왕실을 추종하던 세력인 백군은 볼셰비키 혁명군인 적군에 계속해서 저항했다. 하지만 1920년 적군에 저항하던 백군은 결국 완전히 참패했고 살아남은 일부 백군은 시베리아로 추방당했다. 사실상 백군은 거의 전멸되고 제정 러시아는 공산주의 사회가 되었지만, 국민 중에는 왕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1921년, 국민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소문이 돌았다. 당시 볼셰비키에 대항하던 국민도 이러한 소식을 접한 이후 거센 저항을 멈추고 백군의 승리소식을 희망에 부푼 채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현재 백군은 비밀리에 적군들을 체포해 수용소에서 감금하고 있다.’ 
‘서방 세계의 도움으로 볼셰비키 혁명 세력은 무너질 것이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백군이 모두 전멸한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로마노프 왕가의 복원을 위해 적군과 싸우고 있다.’
‘무력투쟁을 하지 말고 힘을 아껴라,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기다려라.’



가짜 소문에 속은 반공 세력


당시 볼셰비키 혁명군에게는 체카(Cheka)라고 불리는 비밀 조직이 있었다. 참고로 체카는 전 러시아 특별위원회(Vserossiyskaya chrezvychaynaya komissiya)의 약칭으로, 1917년에 설립된 소비에트 최초의 비밀경찰조직이다. 


이 조직이 바로 가짜 소문을 만들어 국민들 사이에 퍼뜨린 조직이다. 이렇게 가짜 소문을 만들고 퍼뜨려 여론을 조성하고 적을 약화시키는 것은 공산주의 심리전 전술 중 하나다.  


1921년 체카가 퍼뜨린 이러한 가짜 소문은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는 물론, 해외까지 퍼졌다. 로마노프 왕가가 몰살되면서 당시 왕정을 추종하던 백군의 리더 국방부 차관인 보리스 사빈코프(Boris Savinkov)는 볼셰비키를 피해 타국에 망명해 은신 중이었는데, 보리스처럼 타국에서 은신하고 있던 백군의 잔당들의 귀에도 다음과 같은 가짜 소문이 흘러들어갔다. 

‘현재 백군이 공산당 정부에 이미 잠입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산세력의 계획을 망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승리할 것이다.’
‘국외에 있는 백군 동지들은 어서 귀국해 힘을 모아 함께 볼셰비키 세력을 무너뜨리자.’


이러한 소문은 희망에 목말라 있던 반공 세력들을 완전히 속이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1924년, 반공 세력인 백군의 리더 중 한 명인 알렉산더 쿠테포프(Alexander Kutepov) 장군은 이 소문이 사실이라고 믿었다가 공산세력의 덫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후 앞서 언급한 보리스 사빈코프를 비롯한 국외로 망명했던 백군 세력들이 이 소문에 완전히 속아 귀국하게 되는데, 소비에트 비밀경찰조직인 체카는 이들이 귀국하는 속속 잡아들여 일망타진해버린다. 이렇게 체카에 덫에 걸린 백군 잔당들은 가짜 소문에 속아 전멸한 것이다. 


마치며


당시 공산주의 세력의 이러한 전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소문을 믿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대부분의 백군들은 공산 세력이 퍼뜨린 가짜 소문을 믿었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을 한 반공 주의자들이 오히려 첩자로 몰기도 했다. 


이렇듯 적을 희망 고문에 빠지게 하는 이러한 심리전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과거 역사를 통해 검증된 것이다. 1921년에 러시아와 전 세계에 퍼졌던 가짜 소문, 볼셰비키 혁명 세력이 시작했던 이 심리전이 바로 오퍼레이션 트러스트다. 


현재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 그중에 진짜와 가짜가 마구 뒤섞여 있다. 최근 국내정세가 혼란해지면서 여기저기에서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무엇이 진짜일까?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저널리즘은 이미 죽은 지 오래다. 이럴 때 일수록 휘둘리지 않고 변별력과 판단력으로 중심을 잘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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