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 구식화의 진실, 120년 전구와 2년 수명 스마트폰의 경제학적 비밀


본 포스트는 1901년부터 120년 넘게 빛을 내고 있는 리버모어의 센테니얼 라이트와 평균 2년 만에 교체되는 현대 스마트폰의 수명 차이를 통해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의 역사를 추적한다. 1924년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제한하기 위해 결성된 포이보스 카르텔의 합의가 어떻게 현대 자본주의의 소비 모델로 정착했는지 분석하며, 나일론 스타킹과 HP 프린터의 다이내믹 시큐리티, 그리고 애플과 삼성의 부품 페어링 기술로 이어지는 제품 수명 단축 전략을 상세히 다룬다. 또한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발생하는 전자폐기물 문제와 태국 등 개발도상국의 환경오염 실태를 고발하고, 이에 맞서 2025년 본격화된 오리건주의 수리할 권리 법안(SB1596)과 유럽연합(EU)의 배터리 규제가 가져올 변화를 전망한다. 

계획적 구식화의 진실 120년 전구와 2년 수명 스마트폰
계획적 구식화의 진실 120년 전구와 2년 수명 스마트폰

목차



리버모어의 120년 전구 불빛과 서랍 속의 블랙 미러 스마트폰


2025년 12월의 어느 겨울밤,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Livermore)의 6번 소방서 차고지에는 여전히 희미하지만 끈질긴 주황색 불빛이 감돌고 있다. 천장 높은 곳에 매달린 이 전구, ‘센테니얼 라이트(Centennial Light)’는 1901년에 처음 켜졌다. 


인류가 비행기를 발명하기 전이었고,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이었으며, 우리가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족쇄를 차기 훨씬 전의 일이다. 이 전구는 무려 124년째(2025년 기준) 빛을 내뿜고 있다.


반면, 지금 당신의 책상 서랍이나 옷장 구석을 한번 떠올려보자. 그곳에는 불과 2~3년 전, 당신이 “혁신적”이라며 큰돈을 들여 샀던 최신 스마트폰이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되어 잠자고 있을 것이다. 


액정이 깨졌거나, 배터리가 부풀었거나, 혹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느려져서 버려진 기기들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니까.”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기술 발전의 속도 때문일까?


어째서 1901년의 기술로 만든 전구는 100년을 넘게 버티는데, 2025년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기기는 2년을 넘기기 힘든 것일까? 이 극명한 대비는 단순한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다. 이것은 의도된 설계이며, 치밀한 경제학적 계산의 결과이고, 거대한 산업 카르텔이 남긴 유산이다.


본 포스트는 120년 전 켜진 전구에서 시작해, 2025년 현재 삼성과 애플의 수리권 분쟁, 그리고 태국과 베트남의 전자폐기물 매립지까지 이어지는 ‘제품 수명의 비밀’을 추적한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새것을 사야만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계를 1924년의 크리스마스로 돌려보자.



불멸의 빛, 센테니얼 라이트의 증언


리버모어 소방서의 전구는 1890년대 말, 오하이오주의 셸비 일렉트릭 컴퍼니(Shelby Electric Company)가 제조한 제품이다. 이 전구의 장수 비결을 이해하려면 현대의 LED나 텅스텐 전구와는 다른 그 내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 전구는 프랑스 이민자이자 발명가인 아돌프 샤이렛(Adolphe Chaillet)이 설계했다. 


현대의 백열전구는 텅스텐 필라멘트를 사용한다. 텅스텐은 매우 밝은 빛을 내지만, 고열에 의해 서서히 증발하며 가늘어지다가 결국 끊어진다. 반면, 센테니얼 라이트는 탄소(Carbon) 필라멘트를 사용한다. 샤이렛의 디자인은 단순히 소재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필라멘트를 현대의 전구보다 훨씬 두껍게 만들었고, 코일 형태가 아닌 둥근 고리 모양으로 배치했다. 

특징센테니얼 라이트 (1901년 제조)현대 백열전구 (2000년대)현대 스마트폰 (2025년)
핵심 소재탄소(Carbon) 필라멘트텅스텐(Tungsten)리튬, 실리콘, 희토류
설계 철학내구성과 지속성효율과 휘도 (밝기)성능 밀도와 교체 주기
작동 환경저전력 지속 점등고전력 잦은 On/Off고성능 과부하, 잦은 충전
수명124년+ (진행 중)약 1,000시간평균 2~3년


2025년 현재, 센테니얼 라이트는 본래의 60와트 밝기가 아닌 약 4와트 정도의 희미한 빛을 내고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필라멘트가 얇아지며 끊어지는 텅스텐과 달리, 두꺼운 탄소 필라멘트는 낮은 전류에서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전구가 타버리는 대부분의 순간은 스위치를 켤 때 발생하는 급격한 온도 변화(열충격) 때문인데, 리버모어의 전구는 120년 동안 4번 정도의 짧은 정전을 제외하고는 항상 켜져 있었다. 지속성이 오히려 수명을 늘린 역설이다.



전구는 살고 카메라는 죽다


리버모어 소방서의 전구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기술 문명에 대한 조용한 조롱이다. 2001년 전구의 100주년을 기념하며 전 세계에 그 모습을 생중계하기 위해 웹캠(Webcam)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2025년까지 이 전구를 감시하던 최신 디지털 카메라들은 벌써 세 번이나 수명을 다해 교체되었다.


전구는 진공 속에서 탄소 필라멘트를 태우며 120년을 버티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반도체 칩과 센서, 전원 공급 장치는 3~5년을 버티지 못하고 고장이 났다. 심지어 2013년에는 전구가 꺼진 줄 알고 전 세계가 놀랐으나, 알고 보니 전구에 전원을 공급하던 무정전 전원 장치(UPS)가 고장 난 것이었다. 전구는 멀쩡했다.


2025년 5월, 리버모어 소방관 재단과 위원회는 여전히 이 전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은 “전구가 꺼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 그저 켜져 있는 동안 지킬 뿐”이라고 답한다. 1901년의 엔지니어들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전구’를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왜 그 이후의 전구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어둠의 회합, 1924년 제네바의 크리스마스 – 포이보스 카르텔(Phoebus Cartel)의 탄생


제품 수명이 짧아진 것은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계산되고 ‘합의’된 것이었다. 1924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스위스 제네바. 오스람(Osram, 독일), 필립스(Philips, 네덜란드), 제너럴 일렉트릭(GE, 미국), 텅스램(Tungslam, 헝가리) 등 당시 세계 전구 시장을 주무르던 거대 기업의 대표들이 비밀리에 모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포이보스(Phoebus)’라 명명했다. 빛의 신 아폴론의 별칭을 딴 이 조직은 역설적으로 세상의 빛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결정을 내린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악명 높은 카르텔의 시작이었다.



1. 1,000시간의 저주와 벌금 시스템


당시 전구의 기술 발전은 너무 빨랐다. 1920년대 초반, 전구의 평균 수명은 약 2,500시간에 달했다. 포이보스 카르텔의 내부 문건과 분석에 따르면, 전구가 너무 오래가면 교체 수요가 줄어들어 기업의 매출이 급감할 위기였다.


그들은 “전구의 수명을 1,000시간으로 표준화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1,000시간이 에너지 효율과 밝기의 최적 균형점”이라는 기술적 핑계였지만, 실제 목적은 판매량 증대였다. 이것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었다. 엄격한 처벌 규정이 있었다. 


회원사들은 정기적으로 전구 샘플을 스위스 연구소로 보내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만약 전구가 1,000시간을 넘겨 1,500시간, 2,000시간 동안 켜져 있다면, 해당 제조사는 막대한 벌금(스위스 프랑)을 물어야 했다. 


엔지니어들은 더 튼튼한 전구를 만드는 대신, 정확히 1,000시간 만에 끊어지는 필라멘트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했다. 이것이 기록으로 남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조직적인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사례다.



2. 제2차 세계대전과 카르텔의 해체, 그러나 남겨진 유산


포이보스 카르텔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국가 간 공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1,000시간의 표준’은 전후에도 오랫동안 업계의 불문율로 남았다. 1949년 미국 법원은 GE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지만, 이미 짧아진 수명은 ‘표준’이 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현대 제조업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소비자가 물건을 너무 오래 쓰게 두지 마라.”



소비의 철학, “새로운 것이 더 좋다” – 1932년, 계획적 구식화의 이론화


1932년, 대공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을 때, 미국의 부동산 브로커 버나드 런던(Bernard London)은 “계획적 구식화를 통한 대공황의 종식(Ending the Depression through Planned Obsolescence)”이라는 소책자를 썼다.


그의 주장은 급진적이었다. “정부가 모든 상품에 법적 수명을 부여하고, 그 수명이 다하면 강제로 폐기하고 새것을 사게 해야 한다.” 그는 이것이 공장을 돌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비록 그의 제안처럼 법으로 강제되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은 이를 자발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1. 나일론 스타킹의 비극과 듀폰의 실험


이러한 철학은 전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1939년 듀폰(DuPont)이 발명한 나일론(Nylon)은 화학 기술의 기적이었다. 초기 나일론 스타킹은 웬만해서는 올이 나가지 않아 자동차 견인줄로 쓸 수 있을 정도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듀폰의 경영진은 곧 깨달았다. 안 찢어지는 스타킹을 팔면, 여성들이 평생 몇 켤레밖에 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듀폰의 화학자들은 나일론의 배합을 바꾸어 자외선에 약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쉽게 찢어지도록 제품을 ‘열화(downgrade)’시켰다.


1945년 전쟁이 끝나고 나일론 스타킹이 다시 시장에 풀렸을 때, 미국 전역에서는 ‘나일론 폭동(Nylon Riots)’이 일어났다. 피츠버그에서는 4만 명의 여성이 1만 3천 켤레의 스타킹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그들은 스타킹을 얻기 위해 서로 밀치고 싸웠지만, 그들이 쟁취한 것은 ‘쉽게 찢어지는 소모품’이었다. 이것은 소비자가 내구성이 아닌 ‘소유’ 그 자체에 집착하게 만든 마케팅의 승리였다.



2. 디자인으로서의 구식화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산업 디자이너 브룩스 스티븐스(Brooks Stevens)는 계획적 구식화를 더 세련된 형태로 정의했다. 

“구매자에게 지금 가진 것보다 조금 더 새롭고, 조금 더 좋고, 조금 더 빨리 필요한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심어주는 것”


이제 물건은 고장 나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촌스러워서’ 바꾸는 것이 되었다. 자동차의 꼬리 날개 디자인이 매년 바뀌고, 냉장고의 색상이 바뀐다.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 이 전략은 스마트폰이라는 완벽한 매개체를 만났다.



디지털 시대의 잉크와 칩, 21세기의 포이보스


시간이 흘러 2020년대가 되었다. 필라멘트는 반도체로, 유리는 플라스틱으로 바뀌었지만, ‘소비하게 만드는 기술’은 더욱 교묘해지고 악랄해졌다.



1. 프린터의 배신 – 다이내믹 시큐리티(Dynamic Security)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HP와 같은 프린터 제조사들은 소비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무기는 ‘다이내믹 시큐리티(Dynamic Security)’라는 이름의 펌웨어 업데이트였다.


이 기능은 표면적으로는 “최적의 인쇄 품질과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되었으나, 실상은 타사 잉크 카트리지(더 저렴한 리필 잉크나 재생 카트리지)를 인식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기능이었다. 소비자가 펌웨어 업데이트를 수락하는 순간, 잘 작동하던 타사 잉크는 “손상된 카트리지”라는 에러 메시지와 함께 먹통이 되었다.



2. 법정으로 간 프린터


2024년과 2025년,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에 대한 집단 소송이 잇따랐다. 원고들은 HP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잉크 시장을 장악하고 소비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2025년 8월의 합의: HP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합의에 도달했다. 특정 모델(예: HP Color LaserJet Pro M254 등) 사용자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부할 권리를 갖게 되었지만, 2016년 이후 출시된 대다수의 모델에 대해서는 여전히 HP가 언제든지 차단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권한을 남겨두었다.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 HP의 CEO 엔리케 로레스(Enrique Lores)는 2024년 다보스 포럼 등에서 “우리는 하드웨어에서 돈을 잃고 소모품에서 번다”며, 타사 잉크를 막는 것이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 위한 보안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잉크 카트리지 칩을 통해 해킹이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반박한다.

이것은 “면도기는 싸게 주고 면도날을 비싸게 판다(Razor and Blade)”는 고전적인 모델을 디지털 잠금장치(DRM)로 강제한 사례다. 프린터는 10만원이지만, 잉크 한 세트는 8만원이다. 잉크가 떨어지면 프린터는 스캔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게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수리할 권리 vs 부품의 족쇄 (2025년 스마트폰 전쟁)


2025년 12월 현재, 제품 수명 전쟁의 최전선은 스마트폰이다. 삼성과 애플은 더 이상 “기기가 고장 나서” 바꾸게 하지 않는다. “수리할 수 없어서”, 혹은 “수리비가 새것보다 비싸서” 바꾸게 만든다.



1. 애플의 부품 페어링(Part Pairing) – 디지털 악수


애플은 아이폰의 부품 하나하나(액정, 배터리, 카메라, 심지어 페이스ID 센서)에 고유한 시리얼 넘버를 부여하고, 이를 메인보드와 소프트웨어적으로 연결하는 ‘부품 페어링(Part Pairing)’ 기술을 사용해왔다.


예를 들어 당신의 아이폰 15 화면이 깨졌다고 하자. 그래서 집에 굴러다니는 또 다른 정품 아이폰 15(메인보드 고장)에서 멀쩡한 화면을 떼어내 교체한다. 물리적으로는 완벽한 정품 부품이다.


하지만, 전원을 켜면 “알 수 없는 부품(Unknown Part)”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트루 톤(True Tone) 기능이 비활성화되고, 페이스ID가 작동하지 않는다. 애플의 서버 승인 없이는 부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다.


이것은 기술적인 필요 때문이 아니다. 애플은 “보안과 사용자 안전”을 이유로 들지만, 수리업계와 법조계는 이를 “독점”으로 규정한다. 이는 폐기된 기기에서 부품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2. 중고 부품의 허용


2024년 4월, 거센 비판과 법적 압박에 직면한 애플은 정책을 변경했다. “2024년 가을부터 선택된 아이폰 모델에 한해 중고 정품 부품의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기기 설정 내의 ‘부품 및 서비스 기록’에서 해당 부품이 ‘중고 정품(Used Genuine Apple Part)’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시리얼 넘버를 주문 시 입력할 필요도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도난당하거나 분실 모드(Lost Mode)가 켜진 기기에서 추출한 부품은 ‘락(Activation Lock)’이 걸려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장물 거래를 막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합법적으로 폐기된 기기의 부품 재활용까지 까다롭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다.



3. 삼성의 딜레마 – 갤럭시 S25 울트라의 명과 암


2025년 2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 S25 울트라의 경우를 보자. 삼성은 과거 “수리 불가 점수”에 가까웠던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가 기관갤럭시 S25 울트라 점수아이폰 16 프로 맥스 점수비고
iFixit5 / 107 / 1010점에 가까울수록 수리 용이 

Samsung Galaxy S25 Ultra earns historic iFixit repair score, but trails iPhone – Sammy Fans 
프랑스 수리 지수8.5 / 108.3 / 10자가 진단 기반 

Apple iPhone 16 Pro Max (Titane naturel) – 512 Go · Reconditionné 


긍정적 변화로, 삼성은 드디어 배터리를 고정하는 강력한 접착제를 줄이고, 당겨서 뺄 수 있는 ‘풀 탭(Pull Tab)’을 도입했다. 이는 배터리 교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2027년 EU 규제를 대비한 조치다.


그러나 갤럭시 S21, S22 시리즈부터 이어진 화면에 녹색 줄이 생기는 ‘그린 라인(Green Line)’ 결함은 S25 시대에도 여전히 소비자의 불안 요소다. 삼성은 이에 대해 S21/S22 모델의 무상 화면 교체 기간을 2025년 9월 30일까지 연장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내구성에 대한 신뢰 회복은 과제로 남았다.


충격적인 계약 (스니칭 스캔들): 2024년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삼성은 독립 수리점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대가로 고객의 개인정보(이름, 주소, IMEI)를 삼성에 넘기고, 만약 고객이 타사 부품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면 그 기기를 “즉시 분해(disassemble)”하여 파기하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수리점을 삼성의 감시병으로 만드는 행위였으며, iFixit이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종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규제의 파도, 입법 전쟁 (2025년의 분기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바뀌지 않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2025년은 ‘수리할 권리’의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1. 오리건주의 반란 (SB1596 법안)


미국 오리건주(Oregon)는 2024년 3월, 티나 코텍(Tina Kotek) 주지사의 서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수리할 권리 법안(SB1596)’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25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핵심 내용: 제조사가 ‘부품 페어링’을 통해 타사 부품이나 중고 부품의 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파급력: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뉴욕도 수리권 법안이 있지만, ‘부품 페어링 금지’를 명시한 것은 오리건이 처음이다. 애플은 이 법안을 막기 위해 로비를 펼쳤으나 실패했다. 이 법은 2025년 이후 제조된 기기에 적용되므로, 아이폰 17과 갤럭시 S25 이후 모델부터는 오리건주에서 판매되려면 소프트웨어 잠금을 풀어야 한다.



2. 유럽연합(EU) 배터리 규정의 데드라인


유럽은 더 급진적이다. 2023년 채택된 ‘EU 배터리 규정(2023/1542)’의 주요 데드라인이 2025년 8월 18일부로 도래했다.

2025년 8월: 배터리 생산자의 확대된 책임(EPR)이 적용된다. 제조사는 폐배터리 수거와 재활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2027년 2월 (예고): 이 규정의 하이라이트다. “모든 휴대용 기기의 배터리는 사용자가 시판되는 도구만으로 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스마트폰 디자인의 혁명을 예고한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은 방수와 슬림한 디자인을 핑계로 배터리를 본체 깊숙이 접착제로 붙여왔다(일체형 배터리). 하지만 2027년이 되면, 과거의 피처폰처럼 뒷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방식이나, 최소한 나사 몇 개만 풀면 배터리가 빠지는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 삼성과 애플이 최근 배터리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이 거대한 규제의 파도 때문이다.



3. 프랑스 수리 가능성 지수 (Indice de réparabilité)


프랑스는 2021년부터 전자제품 매장에서 가격표 옆에 ‘수리 가능성 점수(1~10점)’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평가 항목: 기술 문서 제공, 분해 용이성, 부품 가용성, 부품 가격, 기타(업데이트 등) 5가지 항목.

2025년 현황: 소비자들이 점수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사들이 점수를 높이기 위해 매뉴얼을 공개하고 부품 가격을 조정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점수가 제조사의 ‘자가 채점’에 의존한다는 점, 부품 가격이 기기 값의 30%를 넘어도 점수에 큰 타격이 없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쓰레기의 지정학, 아그보그블로시 그 이후


우리가 2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 버려진 기기들은 어디로 가는가? 제품 수명의 끝은 쓰레기장이다. 그리고 그 쓰레기장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에 있다.



1. 아그보그블로시(Agbogbloshie)의 유령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위치한 아그보그블로시는 한때 ‘디지털 쓰레기장’, ‘소돔과 고모라’로 불렸다. 전 세계에서 밀려온 폐전자제품을 태워 구리를 얻으려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그곳의 토양은 납과 수은으로 범벅이 되었다.


2021년 7월, 가나 정부는 ‘아크라를 작동하게 하자(Let’s Make Accra Work)’는 슬로건 아래 이곳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표면적으로는 환경 개선이었지만, 실상은 도시 개발을 위한 강제 철거였다.


2025년 12월, 아그보그블로시는 사라졌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일하던 수천 명의 스크랩 노동자들은 아크라 외곽이나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이제 전자쓰레기 처리는 더 은밀하고, 규제하기 어려운 ‘가정 내 수공업’이 되어 독성 물질이 주거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대체 부지(Teacher Mante)는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았다.



2. 새로운 쓰레기 식민지 – 태국과 동남아시아의 ‘숨겨진 쓰나미


쓰레기는 물과 같아서, 막히면 낮은 곳으로 흐른다. 아그보그블로시가 막히고 중국이 수입을 금지하자, 선진국의 전자쓰레기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2025년, 태국은 미국과 유럽발 ‘전자폐기물 쓰나미’를 맞았다. 2023년부터 2025년 2월 사이, 미국에서만 10,000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전자폐기물이 동남아시아로 불법 수출되었다. 태국 촌부리(Chonburi) 항구와 라엠 차방(Laem Chabang) 항구에서는 “금속 스크랩”으로 위장된 회로기판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반와엔(Ban Wha En)의 비극: 태국 쁘라친부리(Prachinburi) 지역의 반와엔 같은 곳은 불법 재활용 공장들이 들어서며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었다. 공장들은 ‘자유무역지대(Free Zone)’의 허점을 이용해 유해 폐기물을 수입하고, 이를 불법 소각하여 귀금속을 추출했다.



3. 2025년 6월 24일 – 태국의 결단


사태가 심각해지자 태국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 2025년 6월 24일을 기점으로 전자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상무부 고시가 발효되었다.

금지 품목 확대: 기존 428개에서 463개로 늘어났다. 폐배터리, 고장 난 회로기판, 작동하지 않는 스마트폰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단속 강화: 2025년 5월, 태국 당국은 방콕 항구에서 미국발 불법 컨테이너 238톤을 적발하고 이를 전량 반송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계: 그러나 ‘중고 수리용 부품’으로 위장해 밀수하는 행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미 국내에 들어온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주주의 명령, “오래 쓰게 하지 마라”


왜 기업들은 이렇게까지 제품 수명을 줄이려 할까? 단순히 기업의 탐욕 때문일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글로벌 자본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보인다.



1. 거인들의 포트폴리오 (블랙록과 뱅가드)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인을 추적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2025년 기준, 두 회사의 주요 주주는 놀랍도록 겹친다.

애플(Apple)의 주요 주주: 뱅가드 그룹(The Vanguard Group, 8.76%), 블랙록(BlackRock, 6.94%), 버크셔 해서웨이, 그리고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등이다.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의 주요 주주: 이재용 회장 일가 및 특수관계인(약 20% 내외의 영향력)을 제외하면, 국민연금(NPS, 7.35%) 다음으로 큰 주주는 역시 삼성생명(8.6%)과 블랙록(4.99%), 뱅가드(3.35%)다.



2. 성장의 딜레마


이들 ‘빅3’ 자산운용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상장 기업의 대주주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한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은 매년 서한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의 자본 시장은 ‘성장’을 요구한다. 매 분기 매출이 늘어나야 하고,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상승해야 주가가 유지된다. 만약 애플이 “환경을 위해 이제부터 아이폰은 10년 동안 쓸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그 결과 아이폰 판매량이 5분의 1로 줄어든다면? 주가는 폭락할 것이고, 뱅가드와 블랙록은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 것이다.


결국, 120년 켜진 전구는 주주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재앙’이다. 2년 만에 고장 나서 새로 사야 하는 스마트폰은 ‘혁신’이자 ‘성장’이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딜레마이자, 포이보스 카르텔이 100년 전에 심어놓은 ‘계획적 구식화’의 씨앗이 맺은 열매다.



1,000시간의 제한을 넘어서


2025년 12월, 우리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한쪽에는 120년 동안 묵묵히 빛을 내는 리버모어의 전구가 보여주는 ‘지속 가능성’의 길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매년 수억대가 쏟아져 나와 2년 뒤 태국의 불법 매립지로 향하는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소모적 파괴’의 길이 있다. 그러나 희망적인 신호들도 있다.

제도의 변화: 오리건주의 대담한 ‘부품 페어링 금지’ 법안과 EU의 ‘배터리 탈착 의무화’는 제조사들에게 강제로 ‘오래 쓰는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100년 전 포이보스 카르텔의 합의를 깨는 법적 망치다.

기술의 적응: 갤럭시 S25와 아이폰 16은 (비록 법적 압박 때문이지만) 수리 용이성을 개선하고 중고 부품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각성: iFixit과 같은 수리 커뮤니티, Fairphone과 같은 대안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이 직접 수리권을 요구하며 ‘그린 워싱(Green Washing)’을 감시하고 있다.


제품 수명의 비밀은 기술의 한계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기업의 이익을 위한 ‘합의된 욕망’과 그것을 지지하는 ‘시스템’에 있었다. 전구는 꺼지지 않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도 더 오래갈 수 있다. 120년 전 아돌프 샤이렛의 전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1,000시간의 제한을 풀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이다.


주요 데이터 및 출처

구분주요 내용 (2025년 12월 기준)비고
센테니얼 라이트124년째 점등 중 (약 4W 밝기)웹캠 3회 교체, 전구는 생존 

This Is The World’s Longest-Burning Bulb, And It Could Outlive Us All : ScienceAlert 
애플 수리 정책중고 정품 부품 허용 (설정에서 확인 가능)오리건주 법(SB1596) 영향 

Apple to Open iPhone Repairs to Used Genuine Parts | PCMag 
삼성 S25 울트라iFixit 수리 점수 5/10 (배터리 풀 탭 적용)수리점 정보 공유 계약 논란 

Galaxy S25 Ultra nets Samsung’s highest iFixit score in ten years 
수리할 권리 법안오리건주 SB1596 발효 (2025.01.01)부품 페어링 금지 명문화 

Oregon Governor Signs Strongest Right-to-Repair Bill Yet, Banning ‘Parts Pairing’ | PCMag 
EU 배터리 규정생산자 책임(EPR) 강화 (2025.08.18)2027년 탈착식 배터리 의무화 예고 

New EU Battery Regulation (EU 2023/1542) takes effect in August 18, 2025 – What is changing and what Producers need to consider 
태국 E-Waste전자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 (2025.06.24)463개 품목, 위반 시 강력 처벌 

Thailand enforces sweeping ban on electronic waste imports 
주요 주주 (애플)뱅가드(8.76%), 블랙록(6.94%)기관 투자자 비율 약 60% 이상 

Top Apple Shareho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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